■ 한국행정연구원 보고서

DJ정부때 경제 → 복지로

국가 주도로 압축적 경제 성장을 이룩한 한국은 정부 수립 직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경제 분야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쏟았지만, 노무현 정부 후반부터는 보건복지 분야 지출 비중이 경제를 확고히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행정연구원의 ‘한국행정연구’ 33권에 실린 ‘한국 국가의 기능별 재원 배분, 1948∼2021’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정부 수립 직후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 경제 분야에 국가 예산 20∼30%대를 배분하며 가장 많은 투자를 했다. 이 같은 추세는 1970년대 급속한 산업화 시대까지 이어지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점차 약해져 경제 비중이 10%대로 떨어졌다.

경제 성장 이후 한국 사회의 화두는 단연 국민의 삶의 질이었다. 국내 산업 구조가 점차 고도화됨에 따라 한국은 1990년대 김대중 정부 때 처음으로 보건복지에 배분되는 재원의 비중이 경제를 넘어섰다.

보건복지 분야의 재원 크기는 김대중 정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 초반까지 경제와 비슷했으나, 노무현 정부 후반부터 30%대에 육박하며 경제 비중을 완전히 넘어섰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보건복지 중 복지 분야 단독으로도 경제 재원과 비슷했으며, 박근혜와 문재인 정부 때는 20% 이상까지 늘어나 1위로 자리매김했다. 보건 분야 또한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경제·교육과 2위 자리를 두고 경쟁할 만큼 덩치가 커졌다.

보고서는 “국가 형성 일단락 후 산업 구조의 고도화가 이뤄지면 사회통합을 위해 복지와 교육 등의 우선순위가 높아진다”며 “외환위기를 극복한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정부는 성장보다 분배를 더 강조하는 정책을 펴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