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에 징계 표준안 배포
사정기관 출신 감사실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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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이 전 계열사에 비리 행위에 대한 징계 기준을 세분화한 ‘징계 양형 규정 표준안’을 배포하고 서울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장 출신을 감사실장으로 선임했다. 최근 잇단 경영진과 임직원 비리로 기업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그룹 차원에서 통합 징계 표준안을 만들어 계열사에 배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재계에서 나온다.

태광그룹은 불공정·비위 행위에 대한 징계 기준을 새로 마련하고 경제·기업 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찰·경찰·금융감독원 등 사정 기관 출신 인력을 영입해 감사 역량을 강화했다고 29일 밝혔다. 기존에도 계열사별로 상벌 규정 내에 대략적인 징계 기준이 마련돼 있긴 했지만, 그룹 차원에서 비리 직원에 대한 징계 기준이 마련된 것은 처음이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행위별로 징계 등급을 세분화해 징계권자 재량에 의한 ‘고무줄 징계’ 여지를 차단키로 했다”면서 “감사조직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배포된 기준에 따르면 자금 횡령이나 법인카드 부정 사용, 부당한 경비를 조성해 고의로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 면직이나 직급 강등 이상의 중징계를 받는다. 협력 업체 등 이해관계자와 불공정 거래를 하거나 금전·향응·접대·편의를 제공받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민원 처리를 소홀히 한 직원도 징계 대상이다.

내부 감사 규정 표준안도 처음 마련했다. 감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감사 요원의 전보를 제한했다. 감사 중 중대한 위법·부당 사항을 발견했을 시 법무실을 통해 사법기관에 수사 의뢰하도록 했다. 또 검경과 금감원 등에서 조사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그룹을 감사실에 대거 합류시켰다. 그룹 감사실장으로 선임된 강승관 전 서울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장이 대표적인 영입인사다. 기업지배구조·준법경영 전문가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태광산업 감사위원회에 합류했다. 안효성 회계법인 세종 상무도 감사위원으로 선임돼 감사위원은 3명에서 4명으로 순증했다.

태광그룹이 이처럼 내부감사 기능을 강화하는 데는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 공백 기간에 그룹 경영을 총괄한 김기유 전 경영협의회 의장 등 경영진의 잇단 비위가 감사 과정에서 파악된 때문으로 보인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