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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23 아시안컵 8강서 한국 격파… 인도네시아 영웅으로

러월드컵서 우승후보 獨 잡고
이번엔 도하서 거함 韓 꺾어
탁월한 지도력 앞길 탄탄대로
韓축구엔 충격적인 악몽 안겨

6년 전 러시아 카잔에서 한국 축구를 웃게 했던 신태용(사진) 감독의 ‘기적’은 6년 뒤 카타르 도하에서 한국 축구의 ‘악몽’이 됐다.

신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에서 연장까지 무려 120분간 2-2로 승부를 내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11-10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는 전반적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4위 인도네시아를 23위 한국이 추격하는 양상이었다. 인도네시아는 슈팅 수 21개로 한국(8개)을 크게 앞섰다. 경기 점유율도 53%로 한국(47%)보다 우위였다. 사실상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인도네시아가 한국을 압도했다. ‘아시아의 거함’인 한국을 꺾은 이번 승리는 인도네시아 축구는 물론, 신 감독 지도자 인생의 미래를 환히 밝혀주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2024 AFC U-23 아시안컵 8강에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인도네시아는 신 감독 체제로 U-23 아시안컵 본선에 처음 진출해 조별리그는 물론 8강까지 통과하며 역대 최초로 4강을 밟았다. 인도네시아는 우즈베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승자와 만날 4강에서 승리하면 고대하던 2024 파리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얻는다. 패하더라도 3∼4위전과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통해 올림픽 출전권을 얻을 기회는 남아 있다. 인도네시아 축구가 올림픽 본선에 출전한 것은 1956년 멜버른 대회가 유일하다. 당시 멜버른올림픽 남자 축구는 11개국이 출전했고 인도네시아는 부전승으로 1라운드를 통과해 8강에서 소련에 0-4로 대패했다. 이번 승리가 인도네시아 축구의 새 역사라고 해도 무방한 이유다.

신 감독은 2020년부터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을 총괄하는 감독직을 맡아 승승장구했다. 2020 아세안축구연맹(AFF)컵 준우승, 2023 AFC U-20 아시안컵 진출에 이어 2023 AFC 아시안컵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하는 기념비적인 성과를 냈다. 여기에 U-23 아시안컵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한 뒤 한국과 8강전을 앞두고는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축구협회 회장이 신 감독과 만난 사진을 SNS에 공개하며 2027년까지 함께 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사실 신 감독은 6년 전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잊을 수 없는 기적을 선물한 지도자다. 당시 신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연패하고 16강 진출이 좌절된 상황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 우승팀 독일을 만났다. 독일의 승리가 유력했던 상황에서 한국이 김영권(울산 HD)과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연속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고 많은 축구팬은 당시 경기가 열린 도시의 이름에서 착안해 이 승리를 ‘카잔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6년 뒤 신 감독은 적장이 되어 자신이 이끈 인도네시아에 다시 한 번 ‘기적’을 선물했다. 하지만 신 감독과 인도네시아에 발목 잡힌 황선홍 감독과 한국 축구는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좌절이라는 충격적인 악몽을 마주했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