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해킹사고 책임 물으며 요구
네이버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네이버가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은 ‘라인’(이용자 9600여만 명)을 운영하는 일본 현지법인(라인야후)의 경영권 포기 압박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네이버의 클라우드(가상 서버)가 해킹을 당해 라인 고객 정보 51만 건 유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본 정부가 책임을 묻고 나선 것이다. 합당한 처분을 넘어선 징벌적 수준의 시도로 상호 간의 최혜국 대우를 약속한 양국 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이번 현안에 대해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에 라인야후의 지분 64.5%를 보유한 지주회사인 A홀딩스의 주식 매각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A홀딩스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갖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달 라인 야후에 해킹 사고와 관련해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두 차례에 걸쳐 네이버와의 지분 관계를 정리하라고 압박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측은 “글로벌 전략 방향에 맞춰 결정해 나가겠다”며 “아직 어떠한 것도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일본 정부의 협의는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이러한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가 보완 조치를 요구하고 벌금 등 페널티를 부과하지만, 지분 정리를 요구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일본 정부가 자국의 대표 플랫폼을 한국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상황을 뒤바꾸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용희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는 “혁신 성공 기업이 강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 개입이 필요하다”며 “최혜국 대우를 약속한 상호 협정을 바탕으로 한 국제 공조를 통해 일본 정부의 과도한 요구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은 “네이버는 이 사건이 일본의 개인정보보호법 등 위반인지에 대해 조사 후 필요한 법적 대응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