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핵무기 배치 계획 의혹을 부인해오던 러시아가 정작 우주 공간 핵무기 배치를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했다.

2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는 이날 위성요격용 핵무기(우주 핵무기)의 우주 배치를 방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결의안을 논의한 결과 전체 이사국(비상임 포함) 15개국 중 13개국이 찬성했으나,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 처리했다. 또 다른 상임 이사국 중 하나인 중국은 기권했다. 이번 결의안은 미국이 초안을 작성해 일본과 공동 제출했다. 결의안에는 1967년 발효한 우주조약 준수 의무를 확인하는 한편, 대기권 밖 공간에 대한 평화적 이용과 우주에서의 군비 경쟁을 막기 위한 목표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유엔 우주조약은 냉전 시기 우주 공간에 핵무기 등 대량파괴무기(WMD) 등을 설치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체결됐다.

결의안 부결 이후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취재진에 “러시아의 오늘 거부권 행사는 많은 물음표를 낳게 한다”며 “(러시아가) 이미 규칙을 따르고 있다면, 그 규칙을 재확인하고자 한 결의안을 왜 지지하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에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우리는 모든 종류의 무기를 우주 공간에 배치하는 것을 금지하길 원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우주 평화 유지를 목표로 한 자체 결의안 초안을 만들어 이사국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이 제기한 우주 핵무기 배치설을 전면 부인하며 “러시아는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