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재명(왼쪽 세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 민주 ‘선명성 경쟁’ 과열

조정식 “긴급현안은 의장 직권처리”
추미애 “의장 중립 탓 검찰청법 타협”
국회의장 출마 앞두고 강경발언

국힘 “민주 위헌적 발상 드러나”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자리를 둘러싼 친명(친이재명)계의 ‘선명성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을 얻기 위한 경쟁 과열로 의장 도전자 사이에선 “상임위원장을 표결로 선출하겠다”거나 “당심을 반영해 의장 후보를 추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거야의 입법 폭주에 이어 ‘상임위 독식론’도 확산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17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꿰찬 21대 국회 전반기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4·10 총선을 통해 6선 고지에 오른 후 의장 도전을 공식화한 조정식 민주당 의원과 추미애 당선인은 24일에도 일제히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조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의장이 되면 상임위원장 선출은 6월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 문제를 놓고 접점이 안 찾아져 시한을 넘긴다면 본회의에서 표결로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75석에 달하는 민주당 의석을 고려하면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상임위원장 독식론’에 힘을 보탠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홍익표 원내대표는 사견을 전제로 “미국 의회처럼 총선에서 이긴 정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맡아 책임 정치를 구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전날 논평에서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민주당의 위헌적 발상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또 “긴급 현안은 의장 직권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총선이 끝나고 선거법을 빌미로 야당 당선자들을 탄압하고 총선 민심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우려들이 있다”는 음모론을 꺼내기도 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까지 의장 출마 의지를 밝히면서 ‘명심’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추 당선인은 의장 선출 과정에 당심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당선인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관례를 깨고 갑자기 5선도 나오겠다고 하면 20∼30표로 대표성이 있느냐는 고민이 있으니 사전에 후보군을 선발할 때 당심에 물어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원들이 의장 후보를 추린 뒤 의원들이 투표를 하면 된다는 취지다.

추 당선인은 정 의원이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 회담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한 발언에는 “엉뚱한 말씀”이라며 “민주당이 ‘이채양명주’를 내걸고 승리한 만큼 이를 반드시 의제로 올려야 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그는 또 2022년 4월 ‘검수완박법’ 통과 당시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에 따른 타협안이 통과된 전례를 거론하며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 시절 옳은 방향으로 갈 듯 폼은 다 재다가 갑자기 기어를 중립으로 넣어버리고 멈춰버려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리는 우를 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명심’을 등에 업고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며 “22대 국회를 개혁·민생 국회로 만들고 ‘당원 중심 민주당’을 만드는 길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