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대법원. 뉴시스.

바지 사장 내세워 빌라, 오피스텔 수백 채 소유
매매가보다 전세금 높은 ‘깡통 전세’ 양산


빌라와 오피스텔 수백 채를 소유한 이른바 ‘빌라왕’을 서류상 사장으로 두고 배후에서 전세 사기에 가담해 서울 강서구 일대 전세 사기의 배후로 지목된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가 대법원에서 징역 8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권영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신모 씨에 대해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사기죄에서 고지 의무나 공소장 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신 씨는 2019년 7월부터 2020년 9월까지 명의만 빌려주는 ‘바지사장’을 통해 무자본 갭투자로 건물 사들여 임차인 87명으로부터 80억300만 원 전세보증금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신 씨는 빌라 소유주들에게 빌라를 팔아주겠다며 접근한 뒤 동시에 전세 세입자를 구했다. 그는 전세 세입자에게 빌라 매매 대금보다 높은 임차보증금을 받아 바지사장 명의로 빌라를 사들인 뒤 매매 대금을 지급하고 범행 과정을 도운 이들에게 리베이트를 나눠줬다. 이에 따라 매매가보다 보증금이 훨씬 높은 일명 ‘깡통 전세’가 발생하게 됐다.

1심은 신 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주택의 실질적 매매가격이 자신들이 지급한 임대차보증금보다 낮다는 점, 거래에 개입한 분양대행업자와 중개업자 등이 리베이트를 받는다는 점 등을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신 씨는 이를 고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심 역시 "공범들과 공모관계에 따라 리베이트 등 경제적 이득을 취득하기 위해 비정상적이고 인위적인 동시 진행 구조를 만들었다"며 "신의성실 원칙상 이런 내용을 피해자들에게 고지해야 했음에도 고지하지 않고 기망했고 사기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김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