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경 지위 없어 진상 대응못해
인력 부족탓 지구대서 사건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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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50대 남성 A 씨가 만취 상태로 하모니카를 불며 승강장에 있던 주변 승객들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역무원에게 자살하겠다며 칼을 가져오라고 하는 등 소란을 벌이던 A 씨는 출동한 경찰의 신분증 제시 요구에도 불응해 결국 현장에서 체포됐다. 같은 달 28일에는 5호선 열차 안에서 만취 상태의 60대 여성 B 씨가 들고 있던 우산과 가방으로 가만히 있던 여성 승객과 상황 조치하러 온 역무원을 폭행, 해당 직원이 광대뼈에 타박상을 입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 지하철에서 폭행·폭언 등을 하며 문제를 일으키는 진상 승객들이 올해도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지하철 내 각종 사건 현장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구멍 뚫린 지하철 치안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지하철 치안 미흡은 구조적인 문제를 수반한다. 서울교통공사 소속 지하철보안관은 법적으로 특별사법경찰 지위를 부여받지 못해 적극적인 치안 활동에 나설 수 없고 서울경찰청 소속 지하철경찰대는 조직이 너무 작아 기민한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3일 공사에 따르면 역무원, 지하철보안관을 상대로 폭행·폭언하는 경우가 매년 100건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올해도 벌써 38건이 일어났다. 현재 폭행·폭언 등과 관련한 신고가 들어왔을 때 승객안전 확보 등 초기 대응을 하는 인력은 공사 소속인 지하철보안관과 역무원이다. 하지만 특사경 지위를 부여받지 못한 탓에 이들이 진상 승객 행동을 제지할 방법은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공사 관계자는 “지하철보안관이 소지하고 있는 가스총, 전자충격기 등은 대치 상황에서 사실상 무용지물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역사 내에 근무하는 서울경찰청 소속 지하철경찰대 역할도 크진 않다. 지하철보안관이나 역무원은 초기 대응을 하면서 경찰에 신고하는데 지하철경찰대가 아닌 인근 지구대 소속 경찰이 현장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사 관계자는 “지하철경찰대는 주요 지하철 역사에 배치돼 있는데 나머지 역에서 사건이 발생할 경우 대부분 인근 지구대 경찰이 일을 처리한다”고 했다. 현재 지하철경찰대 인력(182명)도 현재 활동하는 지하철보안관 인력(272명)보다 적은 상황이다.

김군찬 기자 alf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