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요건 미흡… 국가부채 부담… 물가불안 자극
민생지원금 주장에… 기재부 “추경 법적 요건 안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하는 ‘전 국민 25만 원 현금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요구가 법적·경제적 상황에서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추경 편성 요건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무리한 재정 지출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야당의 추경 편성 요구와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현 시점의 추경 편성이 법적으로 편성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재정법상 현 경제 상황이 추경 편성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법률에는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 등이 추경 편성 요건으로 적시돼 있다. 증가하고 있는 국가부채와 올해도 거듭될 세수 부족도 경제적 측면에서 추경 편성이 어려운 이유다. 국가 부채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경을 편성할 경우, 건전 재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전 국민 현금 지급 불가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25만 원의 현금이 지급됐을 경우, 시중 통화량 증가에 따라 고물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인 자연재해나 재난이 발생할 상황도 아니어서 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해 경기 부양을 해야 하는 처지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현금 지급이 전형적인 ‘재정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도 꼽힌다. 재정을 담당하는 기재부는 내부적으로 현 시점에서 추경 편성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지만, 정치적 사안인 만큼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재부는 대통령실과 입장이 정리되기 전까지 공식적인 추경 불가 입장을 나타내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민·전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