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세미나

“노동유연성 등 확보하고
예측가능 세제 구축 필요”

한국이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거점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CEO에 대한 과도한 형사 처벌 규정과 낮은 노동 유연성 등 규제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외국인 투자기업 사이에서 제기됐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이나 홍콩을 떠나는 글로벌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기업 친화적인 경영 환경을 조성해 더 많은 외국 기업이 한국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23일 오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2024 암참 국내 기업환경 세미나’를 열고 한국 정부가 다른 아태 지역 국가와 비견되는 규제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갈림길에 선 대한민국-아태 지역 비즈니스 허브 실현을 위한 주요 정책 의제’를 주제로, 한국이 아태 지역 비즈니스 중심으로 도약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이날 암참은 △CEO의 과도한 형사 책임 해소 △디지털 정보의 접근성 증대 △낮은 노동 유연성 개선 △예측 가능한 세제 구축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제프리 존스 암참 미래의동반자재단 이사장은 “주요 글로벌 기업은 총수들이 형사 책임에 처해 있거나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며 “하지만 한국은 CEO에게 너무 많은 법·제도적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공지능 등 고부가가치 기술 분야에서 한국이 보유한 인재가 많지만, 낮은 노동 유연성으로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암참은 한국에서 근무하는 외국계 기업인들에 대한 출입국 절차 개선, 금융·교육·주거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존스 이사장은 “한국의 경제적 잠재력을 고려했을 때 규제 개선만 이뤄지면 충분히 아태 지역 비즈니스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싱가포르에는 글로벌 기업의 아태 지역본부(RHQ)가 5000개, 홍콩에는 1400개가 있지만 한국은 100개 이하에 불과하다”며 “경영환경 개선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는 경제 전반의 큰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