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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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이 ‘콩가루’도 아니고 여당이 2년 넘게 ‘비상’이면 민생은 언제 챙기겠다는 건가.”

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하자 한 중진 의원은 수시로 비대위 체제가 만들어지는 당 상황을 지켜보며 이렇게 한탄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5일과 16일 양일간 4선 이상 중진 의원 간담회, 제22대 국회 당선자 총회를 통해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사퇴로 공백 상태가 된 지도부를 재편할 때까지 ‘실무형 비대위’를 거쳐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개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힘의 네 번째 비대위 체제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선거 등 이슈에 따라 정당의 상황도 달라질 수밖에 없지만,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안정된 지도체제의 지속이 정당의 성공 조건이라는 점에서 잦은 비대위 구성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긴 어렵다. 여권 안팎에서는 이 같은 상시적인 비대위 체제를 두고 “현 정부 2년간 당정 관계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대 대선 승리를 이끈 이준석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대표직을 상실한 후 권성동 원내대표 직무대행체제, 주호영 비대위가 들어섰지만, 각각 한 달도 안 돼 활동이 중단됐다. 이후 6개월간 가동된 정진석 비대위를 거쳐 지난해 열린 3·8 전당대회를 통해 김기현 대표 체제가 탄생했지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책임론, 험지 출마 압박에 김 대표가 중도 사퇴하고 결국 한동훈 비대위 체제로 선거를 치렀다. 안철수 의원,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요구하는 친윤계의 공격, 각종 현안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지도부를 향해 직언을 하는 비윤(비윤석열)계 인사들의 배제 등 여권의 ‘불통’ 이미지만 강조됐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해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 앞에는 ‘변화와 혁신’이란 과제가 놓여 있다. 그 시작은 최고 권력자를 향해 “옳은 것은 옳고 잘못된 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줄 아는 당당한 여당을 만드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