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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허기연(34)·진유미(여·31) 부부

장난으로라도 욕하지 않고, 취할 정도로 과음하지 않고,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않고, 어른들에게 예의 바르고…. 제(유미)가 남편과 연애 기간 중 사랑에 빠진 이유입니다. 저희는 지난 2020년 지인 소개로 처음 알게 됐습니다. 하루는 제가 운전 중에 남편 집 근처를 지나게 돼 “잠깐 커피 한 잔 어때요?”라고 물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본인 집 주소를 찍어 보내더라고요. 순간 ‘뭐지?’ 싶었어요. 알고 보니 남편 집 근처에 주차 공간이 있는 카페가 없어 자기 집에 주차하고 카페에 가자는 배려였어요. 그날 남편은 봄인데도 제가 추위 탈 것을 걱정해 겉옷을 따로 챙겨 나와 저를 덮어주기도 했어요.

이후 연애를 시작하고 알게 된 사실은 서로 닮은 점보다 다른 점이 더 많다는 거였어요. 주류업계에서 일하는 남편은 술을 즐길 줄 알아요. 반면 저는 거의 안 마셔요. 돌이켜보면 반대되는 모습에 더 끌렸던 것 같아요. 남편은 어떤 일을 결정하거나 준비할 때 꼼꼼하게 따져보고 고려하는 제가 예뻐 보여 고백했대요. 저는 저와 달리 느긋하게 남이 하는 말에 귀 기울여주는 남편이 속 깊고 멋있어 보였어요.

연애 때 남편의 성격과 저에 대한 배려를 잘 보여주는 일이 있었어요. 어느 5월 비가 엄청 많이 내리는 날이었어요. 출근할 때 우산을 못 챙겨왔다는 제 말을 듣자마자 남편이 우리 회사 앞까지 찾아왔어요. 그러고는 제 손에 우산을 쥐여준 뒤 돌아갔어요. 하나뿐인 자기 우산을 제게 주고 비를 맞으며 새 우산을 사러 간 거였죠. 한참 지나 그런 사정을 알게 됐어요.

저희는 2021년 9월 결혼식을 치르며 부부가 됐어요. 1년 반이 채 안 되는 연애 기간과 결혼 후 부부로 보낸 2년 반의 시간. 달라도 너무 달랐던 저희 두 사람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서로의 온도를 맞춰온 것 같아요.

“자기야, 우리 아기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울고 보채는 바람에 서로 잠도 못 자고 힘들지만 잘 이겨내 보자. 사랑해!”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