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출신 총선 당선인들 제언
“필수의료 패키지와 일괄 타결”

여당의 총선 참패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등 의료개혁이 갈림길에 선 가운데 22대 총선에서 당선된 의사 출신 의원들 대다수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두터운 만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적정한 의대 증원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국회, 의사, 시민사회 등 이해당사자들이 사회적 협의체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춰 합의를 도출해야 정부와 의료계 간 첨예한 갈등도 이른 시일 내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2일 더불어민주연합 비례 12번으로 당선된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정 갈등이 심해 해결책을 마련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드는 게 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25년부터 15년간 4500명씩 의대 증원을 해야 한다며 강도 높은 의료 개혁을 주장해온 의료계 인사다. 김 교수는 “정부 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게 아니라 국민이 요구하는 범주 내에서 사회적 협의체가 투명하게 조율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로 입성하는 김선민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의대 증원은 필요하다”며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든 후 국민 의견이 담긴 무게감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미래 비례 11번으로 당선된 한지아 을지의대 교수는 “의대 증원 자체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며 “다만 ‘배분’이 문제인데 이는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이 맞물려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교수는 “국민 여론은 의대 증원과 지역·필수의료 위기를 해결하는 의료개혁을 지지하고 있다”며 “협의체에서 의료개혁의 구체적 방식과 의대 증원 규모를 일괄 타결해 정부가 이행하고 국회는 예산 등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도 “필수의료 패키지 방안도 재논의해야 한다”며 “(지역의료) 솔루션을 의료계에 확실하게 제시하면 예상보다 쉽게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의대 증원 규모는 사회적 협의를 통해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봤다. 강남구보건소장을 역임한 서명옥 국민의힘 당선인은 “의대 증원 방향성은 맞다”며 “증원 규모는 정부가 협의체를 구성한 후 의료계를 설득하거나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증원 숫자에 매몰되면 사회적 대화 자체가 시작될 수 없으니 일단 이해당사자들이 협의체로 들어와 다뤄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는 조건으로는 전공의들은 병원에 복귀하고, 의대 교수들은 사직 의사를 철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도경·노지운·전수한·이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