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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최기석(30), 고수영(여·29) 부부

저(수영)는 제가 사는 제주의 맛집을 물어보려고 4년 만에 연락한 동창과 부부의 연을 맺었습니다. 지난 2012년 저는 제주에서 부산으로 고등학교를 옮기면서 남편을 알게 됐어요. 첫 만남은 반 배치고사 날이었는데, 쉬는 시간 친구들이 남편 앞으로 모이더라고요. 남편은 공부도 잘했고,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았어요. 반 배치고사 이후 서로 다른 반에 배정돼 학교에서 부딪칠 일은 많지 않았어요.

그러다 학원에서 남편을 다시 만났어요. 수업 중 웃긴 얘기를 들어 좀 크게 웃었는데, 남편이 대뜸 “웃기냐?”고 까칠하게 말하더라고요. ‘말을 무섭게 하는 친구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1년 만에 제주로 다시 전학 가면서 영영 볼 일이 없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명절에 부산 외할머니댁에 갈 때마다 우연히 마주쳤어요. 다만 가볍게 인사하고 각자 갈 길을 갔죠.

성인이 된 이후 부산에서 고등학교 친구랑 술자리에서 남편을 다시 만났어요. 그날 남편이 “제주도에 놀러 가기 전에 너한테 맛집을 물어봐도 돼?”라고 묻더라고요. 연락처를 주고받고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남편에게 처음 전화가 왔어요. 친구들이랑 제주도에 놀러 가는데 뭘 먹으면 좋을지 물어보기 위해 연락한 거였어요. 그리고 남편이 제주에 놀러 왔을 때 단둘이 술을 마시게 됐어요. 지난 시절 이야기를 꺼내면서 서로의 연애 상황과 삶의 가치관 등도 대화하게 됐어요. 비슷한 점이 참 많았어요. 문득 ‘이 사람과 만나면 내가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다행히 남편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했대요. 이후 부산에서 또 만났는데, 제가 먼저 남편에게 결혼을 전제로 만나보자고 고백했어요. 그렇게 저희는 연인이 됐고 2022년 2월 결혼식을 치르며 고등학교 동창에서 부부가 됐어요. 지금 저는 제주, 남편은 안동에서 일하고 있어 떨어져 지내고 있지만, 지금처럼 서로 의지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미래를 그려봐요.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