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정해”… 지상전 강행의지
이스라엘 내부 반발 의식한 듯

가자지구 남부에서 군을 철수시켰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남부 도시 라파 공격 날짜를 정했다며 지상전 강행 의사를 밝혔다. 철군을 둘러싼 연정 내부의 반발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상에 새로운 중재안을 제시한 미국은 라파에 대한 지상군 투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8일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카이로에서 진행 중인 휴전 협상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며 “우리는 최우선 과제인 인질 석방과 완전한 승리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승리를 위해서는 라파에 진입해 테러 부대를 제거해야 한다”며 “이 작전은 반드시 실행할 것이다. 우리는 날짜도 잡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구체적인 공격 날짜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의 라파 공격 강행 발언은 이스라엘 지상 병력의 가자지구 남부 철수와 카이로 휴전협상 진전 보도 직후에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정 핵심 세력인 극우 진영 일각에서 철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을 의식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전날 X에 “만약 네타냐후 총리가 라파에 대한 대규모 군사작전 없이 전쟁을 끝내기로 결정한다면 그는 총리직을 계속 유지할 권한이 없다”고 적었다.

이에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우리는 라파에서의 대규모 지상작전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일관되게 분명히 했다”며 “그러한 대규모 지상작전이 임박했다거나, 그러한 작전을 위해 병력이 재배치되고 있다는 징후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6주 휴전을 조건으로 하마스가 억류 인질 40명을 석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로운 중재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이 석방할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규모는 900명으로 200명 늘리는 내용도 담겼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