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감원, 제재 절차 본격화

은행에 검사의견 금주 통보
부과금액·인적제재 등 윤곽
이의 접수뒤 내달 최종 확정
은행CEO 책임 여부에 촉각

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 발생과 관련해 이번 주 은행 등 주요 판매사에 ‘검사의견서’를 보내는 등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착수한다. 이론상 최대 8조 원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는 데다, 은행들의 기관·인적 제재와 함께 금융당국의 제재 감면 정도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홍콩 ELS 주요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끝낸 금감원은 이번 주 KB국민은행과 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홍콩 ELS 주요 판매 은행들부터 검사의견서를 보낼 예정이다. 검사의견서는 금감원이 현장 검사에서 적발한 위법 사항을 명시한 서류로, 제재 대상 금융사와 임직원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다. 각 은행은 검사의견서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거나 기타 의견이 있는 경우 의견서를 낼 수 있다. 이후 금감원은 제재안을 작성하고 이르면 5월 제재심의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및 금융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제재를 확정하게 된다. 제재에 이의가 있는 경우 각 은행은 이의신청·행정심판·행정소송 등의 구제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금융권은 당국의 제재 수위에 주목하고 있다. 홍콩 H지수 ELS 판매 잔액은 19조 원에 육박하고, 손실금액도 최대 6조 원으로 추산되는 등 유례없이 방대한 규모이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선 금융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거나 부당권유 행위를 했을 때 판매 금액의 최대 5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금소법 도입 이후 금융권의 홍콩 ELS 판매 규모가 17조 원 정도로 추산되는 만큼 이론상으로는 최대 8조 원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절차가 이제 시작이어서 현 단계에서 제재 수위를 말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에선 대다수 은행이 자율배상에 나선 만큼 제재 및 과징금 수위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금융사가 적절한 원상회복 조치를 한다면 제재·과징금 감경 요소로 삼는 게 당연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은행권은 전체 배상 예상치인 2조 원대 안팎에서 과징금 수준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임직원 제재와 관련, 은행 CEO까지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사고 발생 시 경영진 책임을 묻기 위한 ‘책무구조도’ 도입이 아직 진행 중이고, 현행 금융사 지배구조법에는 경영진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만 있을 뿐 ‘준수’ 의무는 명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