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단 페트레스쿠 전북 현대 감독이 비난하는 팬들을 달래고 있다. 페트레스쿠 감독은 최근 전북 구단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 K리그1 전북 현대의 사령탑 단 페트레스쿠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K리그 최고 명가로 꼽히던 전북의 몰락에 대해 책임을 지기로 했다. 우승 전력으로 평가받던 전북은 K리그1(1부)과 K리그(2부) 25개 구단 중 유일한 무승으로 K리그1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축구계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페트레스쿠 감독은 구단에 사임 의사를 전달, 결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이다. 전북은 6일까지 3무 2패(승점 3)로 K리그1 12개 구단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특히 5경기 4득점에 그치며 득점 최하위(공동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과거 화끈한 공격으로 ‘닥공’(닥치고 공격)이란 신조어를 만들고 우승 트로피를 휩쓸던 전북의 모습과 상반된다.

페트레스쿠 감독은 전북이 보유한 전력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세밀한 전술 운용 없이 선수들의 개인 능력을 앞세운 긴 패스와 측면 침투 등 단조로운 공격을 펼쳐 이적시장에서 끌어올린 전력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따랐다. 2009년 첫 K리그1 트로피를 획득한 이후 2021년까지 12년간 9차례 정상에 오르며 역대 최다 우승 1위로 올라서며 최고 명가로 거듭난 전북이 이젠 몰락한 ‘꼴찌’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 이 때문에 페트레스쿠 감독 선임과 선수단 구성을 주도한 박지성 테크니컬 디렉터를 향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전북의 침몰은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았다. 페트레스쿠 감독 부임 이후 부진이 도드라진 것이 사실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전북의 명가 도약을 이끌었던 이철근 전 단장이 2017년, 최강희 전 감독(현 산둥 타이산 감독)이 2018년 떠난 이후 조금씩 무너진 것이 확인된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먹을 것이 있다’는 말처럼 전북의 몰락은 소리 없이 진행됐다. 전북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정확히 3년간 K리그1 우승을 차지했지만 2022년 준우승, 2023년 4위에 이어 올해 가파르게 추락했다.

시스템의 변화가 명가 전북의 기반을 침식했다. 이 전 단장이 물러난 후 전북 프런트 출신의 백승권 전 단장이 선임됐으나, 구단 최종 결정권자는 프로스포츠 문외한이었다. 2019년 11월 부임한 허병길 전 대표이사는 상근직으로 뛰어난 영업 전문가였으나 프로축구 경험이 없었다. 게다가 2022년 4월 백 전 단장이 물러난 이후엔 허 전 대표의 결정권이 더욱 강해졌다. 전북은 결국 지난해 말 허 전 대표를 비상근직인 정유석 대표로 교체한 데 이어 프로농구와 양궁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이도현 단장에게 구단의 결정권을 맡겼으나, 이미 시작된 침몰을 막지 못했다.

허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