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APEC CEO 서밋에 참석한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 EPA 연합뉴스

페루의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불법 자산증식과 공직자 재산 미신고 등의 혐의를 받으며 이른바 ‘롤렉스 스캔들’에 휘말려 있는 가운데, 페루 의회가 4일(현지시간) 볼루아르테 대통령의 탄액소추안을 부결시켰다.

4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페루 의회는 이날 볼루아르테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탄핵소추안을 49대 33(12명 기권), 두 번째 탄핵소추안을 59대 32(11명 기권)으로 부결시켰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불법 자산증식과 공직자 재산 미신고 등의 혐의를 받는다. 그는 자신의 월급의 3배가 넘는 1만4000달러(약 1893만 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비롯해 최소 14점의 시계를 착용하고 약 2년여간 공식 일정(부통령 시기 포함)을 소화했는데, 이 시계들의 취득 경위가 불분명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의 월급은 사회개발부 장관을 겸임하던 부통령 시절 8136달러, 대통령으로는 4200달러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지만, 검찰 조사를 통해 그의 계좌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예금이 발견되고, 고가의 팔찌 등 다른 보석류가 발견돼 ‘롤렉스 스캔들’은 더욱 커졌다. 이에 야당 의원들에 의해 탄핵소추안이 발의됐고, 4일 의회에서 두 차례 표결이 진행됐으나 모두 모두 부결됐다. 이는 보수·우파 성향의 의원들이 볼루아르테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공언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페루에서는 지도자를 탄핵하려는 노력이 점점 일반화되고 있다. 페루 헌법은 위법 행위에 대한 증거를 요구하지 않는 모호한 ‘도덕적 무능’ 조항에 따라 탄핵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130명으로 구성된 하원에서 87표만 얻으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다. 이에 지난 2018년부터 무려 6명이 대통령직을 거쳤지만, 5년 임기를 마친 지도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이 가운데 2020년 취임한 마누엘 메리노 대통령은 정권을 잡은지 불과 5일 만에 사임을 하기도 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 역시 2022년 집권 이래 이번 표결까지 4차례 탄핵 시도에서 살아남았다.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