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인프라 추산 촉박한데
정부 - 의료계만 쳐다봐야 해”

윤석열 대통령의 전공의와의 만남 제안에도 의정 대화가 지지부진한 데다가 “2000명 의대 증원도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대학들이 난감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대학들은 늘어난 의대 정원을 이달 내 학칙에 반영한 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입학전형 변경 신청서도 내야 하는 상황에서 관련 절차를 진행하면서도 “정부-의료계 입만 쳐다볼 수밖에 없다”며 복잡한 속내다.

의대 증원이 결정된 충청권 대학 관계자는 4일 “우리 학교의 경우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 이미 대교협에 신청서를 냈는데, 증원 규모가 완전히 결정된 것으로 보기는 어려워 다시 수정 신청서를 내야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원 규모가 달라질 경우) 입학전형을 다시 준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예산이나 교육 인프라 개선 등에 대한 추산도 달라질 수 있어 이를 준비하는 데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권 대학 관계자는 “대통령의 대화 제안에 의료계가 무응답이니 논의가 어떻게 될지 몰라 기존 증원 발표대로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만약 2000명 정원이 실제로 조정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난감한 기색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변경 시점에 따라 후속 절차가) 4월 내 이뤄지기 어려울 수도 있고, 5월에 신입생 모집요강도 발표해야 되는데 그게 늦어지면 수험생들에게도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은 대교협 승인을 받아 2025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최종 확정하고, 5월 중 이를 반영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수시모집요강’을 학생들에게 발표해야 한다.

대학은 배정된 증원분을 토대로 신입생 선발 절차를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의대 교육 여건을 정비하는 작업도 진행 중인데 이마저 증원에 반발하는 의대 학장·교수들의 비협조로 난항을 겪는 중이다. 휴학 의사를 밝힌 의대생들도 학교에 돌아올 의사를 내비치지 않으면서 대학들이 학생의 집단 유급을 피하기 위해 개강을 4·10 총선 이후로 속속 미루고 있지만, 곧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로 수업 운영이 거의 안 되고 있기 때문에 메인(정부와 의료계)에서 조금 풀어줘야 한다”며 “아무리 늦추고 늦춰도 4월 중순 정도가 올해 학사 일정을 어떻게든 구겨 넣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말했다.

인지현·이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