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중국이 남중국해 인근에서 어선 등을 대상으로 한 실사격 훈련을 벌여 지역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앞서 물대포 등을 동원해 필리핀 선박을 공격했던 중국이 필리핀과 미국의 밀착 움직임에 더 강경한 대응을 천명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환추스바오(環球時報) 등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는 최근 쉐산(雪山)함과 루산(蘆山)함 등이 어선이나 무장 민간선박 등을 실탄 사격으로 격침하는 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보다 규모가 큰 광저우(廣州)함, 다리(大理)함, 천저우(泉州)함도 훈련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중국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 부근에서 필리핀 선박에 두 차례 물대포를 발사해 부상자가 발생했는데, 이보다 강한 대응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남중국해 전체의 90% 정도 해역에 U자 형태로 ‘구단선’을 긋고 이 지역이 자국 영해임을 주장하지만, 필리핀 등 다른 인접국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훈련이 미국이 필리핀과 남중국해에서 공동작전에 나서는 데 대한 대응으로 보고 있다. 오는 1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등이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에서의 3국 합동 해상순찰을 논의할 가능성 등이 거론되자 이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