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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금융안정상황’보고서

보험·증권사 順 투자 규모 많아
美 공실률 높아 부실 관리 필요

국내 부동산 PF 연체율 상승세
경기침체 속 실물경제 파장 경고

최근 전 세계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침체를 맞고 있는 가운데 증권·보험·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규모가 42조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나 투자 부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8일 내놓은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비은행 금융기관의 전체 해외 부동산 투자액 46조3000억 원 가운데 상업용 부동산이 42조7000억 원(92.2%)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업권별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규모를 보면 보험업계가 29조6000억 원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증권(7조9000억 원)·상호금융(3조2000억 원)·여신전문회사(2조 원) 등의 순이었다. 투자 지역은 북미와 유럽에 집중돼 보험사와 상호금융의 북미 투자 비중이 각각 67.4%, 77.1%에 달했다.

현재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거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헐값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미국 상업용 부동산 거래금액은 820억 달러(약 110조56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54% 급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미국 전역 사무실의 공실률이 16.9%에 달했다. 실제 뉴욕 지역 은행인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의 경우, 이달 초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문제로 주가가 25.9%나 폭락하기도 했다.

한은은 그러나 제2금융권 전체 자산에서 북미·유럽 지역 상업용 부동산 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1.2%로 높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관련 투자 손실이 확대된다 해도 금융기관을 마비시킬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은 그럼에도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대나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정착 등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 회복이 지연될 경우 손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불안 뇌관 1순위로 꼽히는 부동산 PF 대출의 경우, 연체율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 부동산 PF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2.0%를 기록한 뒤 지속 상승해 4분기에는 2.7%를 기록했다. 특히 저축은행과 여전사의 PF 연체율은 6.9%, 4.7%로 전 분기보다 각각 1.3%포인트, 0.3%포인트 늘었다. 금융기관 PF 익스포저는 3분기 기준 132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부동산 경기 침체 속 PF 부실이 금융시스템보다는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다만 금융기관의 유동성과 손실흡수능력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고위험 사업장 PF 전체가 부실화되는 경우를 가정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 결과, 자본비율이 규제 수준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