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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클라라 슈만

9세 때부터 ‘피아노 신동’ 불려
괴테 “남자아이 6명의 힘” 극찬

부모 반대하자 소송 걸며 결혼
36세에 사별… 아이 7명 키워

클래식 음악사상 가장 아름다운 커플 ‘슈만과 클라라’. 오랜 시간 동안 클라라 비크 슈만(Clara Josephine Wieck Schumann·1819∼1896)의 이름 앞엔 항상 그녀의 남편 슈만의 이름이 수식어처럼 따라붙었다. 덕분에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클라라는 그저 슈만의 뮤즈이자 부인쯤으로 각인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오히려 ‘슈만과 클라라’가 아닌 ‘클라라와 슈만’이라 불려도 전혀 부족하지 않을, 클라라는 시대를 풍미했던 당대 최고의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이자 시대의 음악을 당당히 이끌어갔던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음악가다. 클라라는 1819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피아니스트이자 출판업자인 아버지 비크와 소프라노였던 어머니 마리안 사이에서 태어났다.

특히 그녀의 아버지 요한 프리드리히 비크(1785∼1873)는 라이프치히의 제일 가는 피아노 교사였기에 클라라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피아노를 배웠고 일찍이 ‘피아노의 신동’이라 불릴 만한 재능을 드러냈다. 이미 9세가 되던 해에 라이프치히 최고이자 독일을 대표하는 콘서트홀인 게반트하우스에서 공개연주회를 가졌고 12세에 열었던 연주회엔 무려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참석했을 정도였다. 이날 그녀의 빼어난 연주에 감탄한 괴테는 “클라라의 연주는 남자아이 6명이 치는 것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찬사와 함께 ‘뛰어난 재능을 물려받은 예술가 클라라 비크에게’라고 서명한 메달을 직접 선물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녀는 오래전 모차르트가 그랬던 것처럼 전 유럽의 환영을 받으며 투어 연주 활동을 펼쳤다. 그 인기는 ‘악마의 바이올린’으로 유명한 파가니니를 뛰어넘었다고 전해진다. 18세가 되던 해에는 오스트리아 황제로부터 ‘황실 연주자’ 칭호까지 받게 되는데, 이는 외국인에게 그것도 18세의 어린 연주자에게는 처음으로 수여된, 전례가 없는 특별한 사건으로 그녀의 경이로웠던 연주 실력을 가늠케 한다.

거칠 것 없었던 그녀의 음악 인생에 돌연 변수가 발생한다. 바로 슈만과의 결혼이었다. 극렬한 부모의 반대에도 클라라는 21세가 되던 해 ‘결혼 허가 소송’이라는 법정 싸움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슈만과 결혼한다. 두 사람의 결혼은 두 남녀의 만남인 동시에 음악적 영혼들의 완벽한 하나 됨이었기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두 사람 모두 왕성한 음악 활동을 이어나가게 된다.

1년 후, 클라라는 돌연 첫째 아이를 잉태했다. 축복 속에 얻은 자식이었지만, 문제는 잉태와 출산의 반복이 무려 13년간이나 이어졌다는 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클라라가 30세가 되던 해에 슈만의 정신 이상증세까지 발현됐다. 클라라는 혼자 7명의 아이를 길러내야 했고 남편의 병 수발마저 들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고 말았다.

슈만의 병은 깊어져 정신병원에 격리 수용되기에 이르고 그로부터 2년 뒤인 1856년 슈만은 클라라와 아이들만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나게 된다. 클라라의 나이 36세 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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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이 세상을 떠난 후, 클라라는 슈만이 남긴 작품들을 세상에 보다 널리 알리기로 결심했다. 클라라는 이후 40년간이나 슈만의 작품을 피아노로 연주하며 남은 생을 헌신했다. 59세부터 15년간 프랑크푸르트 음악원의 교수로 후학을 길러냈고, 유로화로 통합되기 전 독일 100마르크 지폐에는 클라라 슈만의 초상화가 실려 있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3개의 로망스, 작품 22

슈만이 클라라에게 헌정한 ‘오보에와 피아노를 위한 3개의 로망스’에 화답해 1853년 작곡됐다. 로망스(Romance)는 형식이 자유로운, 사랑을 노래하는 프랑스 가곡이었으나 독일로 건너가 서정적인 기악 소품곡 양식으로 발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