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5대은행 올 상반기 960명 뽑아
역대급 실적에도 채용 35%줄여
AI·디지털 경력자 영입 늘리고
홍콩ELS 배상부담에 긴축 경영

지난해 고금리 국면에 역대급 흑자를 냈던 시중은행이 올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에 따른 실적 악화 및 대면 영업 감소 등을 이유로 신규 채용을 대폭 줄이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올해 상반기 채용 규모는 960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1480명을 채용했던 것과 비교하면 35%가량 감소했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올 상반기 채용 규모는 전년 동기인 1480명보다 520명(35.1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1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서류를 접수하는 신한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250명을 뽑았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일반직 신입 행원 공개 채용과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수시채용을 포함해 모두 100명가량을 채용할 예정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250명씩을 뽑았으나, 올해는 각각 150명, 180명으로 채용 인원을 줄였다. 국민은행은 현재까지 상반기 채용 공고가 없는 상태다. 농협은행이 유일하게 지난해 상반기(480명)보다 10.0% 늘린 530명을 채용했다.

은행권이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채용이 이뤄지는 것을 감안해도, 올해 전체 은행권 채용 규모는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5대 은행의 채용 규모는 △국민 420명 △신한 500명 △하나 460명 △우리 500명 △농협 630명 등 총 2510명에 달했다.

이처럼 올해 은행권 취업 문이 좁아진 것은 우선 홍콩 ELS 사태 등으로 은행별로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1조 원 이상의 배상이 예상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 실적 전망치가 낮아지면서 선제적으로 긴축경영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은행권의 디지털화 등 비대면 영업 가속화로 은행 점포 축소가 이어지면서 은행들이 직원 인건비 감소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경영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총 임직원은 2022년 말(7만3671명) 대비 1824명 감소한 7만1847명으로 집계됐다.

인공지능(AI)·디지털 혁신에 따른 전문 인력 수요가 높은 은행권에서 신입 행원보다는 관련 전문가를 상시채용하는 형태로 채용 방식이 바뀌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점포가 줄어들고 각종 사업이 디지털화·고도화되면서 수시채용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상·하반기로 나뉜 대규모 공채 개념이 점점 사라지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