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수처, 적용 혐의 적절성 논란

채상병 수사권 민간경찰에 있어
법조계 “외압 자체가 성립 안돼”
수사단장 측 “국방장관 참모가
장관 명령이라며 외압 행사”

李 조기소환 여부 두고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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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발된 이종섭(사진) 주호주대사가 지난 21일 귀국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조사 시기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사는 해당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공수처가 이른 시일 내 조사를 통해 무혐의 처분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공수처는 이 대사 소환 시기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22일 이 대사 측은 “군에 수사권이 없어 수사 외압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공수처도 충분히 법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사도 전날 귀국하면서 “저와 관련해 제기된 여러 가지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이미 수차례 말씀드렸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실도 “이 대사 검증 과정에서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제기된 혐의 자체가 법리상 성립할 수 없기 때문에 빨리 조사할 수 있다는 게 이 대사 측 주장이다.

법조계에서도 이 대사 측에 직권남용 적용이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재판 개입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부적절한 행위를 했지만,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며 “같은 논리라면 이 대사도 권한 자체가 없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행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군 장병 사망 사건의 경우, 군사법원이 아닌 일반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며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가지지 않는 사건에 대해서는 군은 사건을 검찰 또는 경찰에 이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시절 군 검찰이 채 상병 사건 수사 기록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는 이유로 고발됐는데 법에 따르면 권한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를 맡았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은 이 대사에 대해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단장 변호를 맡았던 김경호 변호사는 “국방부 장관의 참모인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장관의 명령이라면서 수사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명백히 군사법원법의 취지를 위반한 권한 남용”이라고 말했다.

이 대사를 고발한 더불어민주당 측도 비슷한 논리를 펼치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대사는 수사 외압의 핵심 피의자이며, 대통령실이 부당한 수사 외압을 했는지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라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박 전 단장이나 고발인 측의 주장을 차례차례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 법무관리관 등의 소환 조사 등이 선행돼야 이 대사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공수처도 이 대사 조사 단계에도 이르지 않았는데 성급하게 출국 금지부터 하고 대사 업무 수행을 방해했다는 비판을 의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대사가 국내에 머무는 기간 하급자 조사 없이 이 대사를 먼저 소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무연 기자 nosmok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