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유럽의회 광장에 세워진 톈안먼 희생자 추모비. CNN·연합뉴스

중국 톈안먼(天安門) 사태 희생자를 추모하는 ‘수치의 기둥’ 모형이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 앞에 전시됐다. 일그러진 시신 더미와 비명을 지르는 얼굴을 묘사한 ‘수치의 기둥’은 홍콩의 한 대학에 설치됐다 논란 끝에 철거된 조각상이다.

2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수치의 기둥’ 모형이 지난 19일부터 유럽의회 광장에서 시작된 ‘금지된 예술’ 전시회 작품 중 하나로 공개됐다.

‘수치의 기둥’은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한 1997년 홍콩대 교정에 세워진 조각상이다.

높이 8ｍ, 무게 2t인 이 조각상은 홍콩 당국의 압박을 받은 홍콩대 결정으로 2021년 결국 철거됐다.

이번에 전시된 조각상은 홍콩대 교정에 있던 작품의 3분의 1 크기로, 복제품이 아니라 덴마크 예술가 옌스 갤치옷이 제작한 여러 작은 버전 중 하나다.

갤치옷은 지난주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유럽연합의 주요 건물 외부에 예술 작품을 설치하는 것은 ‘중국의 검열이 유럽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회는 갤치옷과 유럽의회(MEP) 의원인 키라 마리 피터-한센이 주최했으며 유럽의회 상위 5개 정치그룹 대표를 포함해 의원 6명도 공동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다.

중국 정부는 이 전시에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CNN에 보낸 성명을 통해 "1980년대 말 발생한 정치 풍파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이미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며 "중국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