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의 진순기 감독대행. 한국배구연맹 제공

현대캐피탈의 극적인 봄 배구는 ‘차가운 머리’가 아닌 ‘뜨거운 가슴’으로 간다.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17일 끝난 도드람 2023∼2024 V리그 정규리그에서 18승 18패(승점 55)를 거둬 4위로 극적인 봄 배구 진출에 성공했다. 3위 OK금융그룹(20승 16패·승점 58)과 승점 3점 이내로 마친 탓에 단판 승부로 열리는 준플레이오프가 성사됐다.

현대캐피탈은 시즌 중 성적 부진으로 9시즌 동안 팀을 이끌던 최태웅 감독을 지난해 12월 경질했다. 당시 현대캐피탈은 4승 13패로 남자부 7개 팀 가운데 6위에 그쳤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차기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진순기 수석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겨 이번 시즌의 잔여 경기를 소화하도록 했다.

진 감독대행은 현대캐피탈에서만 12시즌째를 맞는 오랜 경력을 자랑한다. 통역을 거쳐 구단 전력분석 전문가로 오랫동안 활약했다. 지난 시즌엔 현대캐피탈의 3번 코치 역할을 소화했다. 하지만 2023∼2024시즌을 앞두고 송병일 코치, 임동규 코치가 각각 한양대 코치, GS칼텍스 수석코치로 자리를 옮기며 수석코치 역할을 맡았다.

진 감독대행 체제의 현대캐피탈은 빠르게 강팀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19경기를 치러 14승 5패의 ‘반전’ 성적을 거뒀다. 3라운드 잔여 경기 승리를 포함해 4라운드 4승 2패(승점 13)로 2위, 5라운드 4승 2패(승점 9)로 4위, 6라운드 5승 1패(승점 13)로 1위를 하며 순위 상승을 이뤘다.

이미지 크게보기 현대캐피탈의 진순기 감독대행이 지난 1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6라운드에서 승리 후 기뻐하는 선수들을 뒤로 하고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18일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진 감독대행은 "포스트시즌은 정규리그 한 라운드를 더 한다는 생각으로 왔다"면서 "정규리그 막판에 지면 안되는 경기를 두 번이나 이기고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포스트시즌은 기세가 중요하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지금 우리 선수들의 분위기는 과거 우승할 때의 분위기와 유사하다"고 언급한 진 감독대행은 "선수들도, 나도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언제든지 상대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준플레이오프부터 치고 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가운 머리가 우선되는 전력분석 전문가 출신이지만 뜨거운 가슴이 우선시 될 포스트시즌에 감독 역할을 맡은 부담에 대해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진 감독대행은 "욕심과 책임감은 내려놓겠다. 하지만 평소보다는 조금 더 뜨거운 가슴으로 선수들과 호흡하고 파이팅하겠다. 그러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OK금융그룹과 현대캐피탈의 남자부 준플레이오프는 2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단판 승부로 열린다. 이 경기의 승자가 23일부터 정규리그 2위 우리카드와 3전 2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 합류한다. V리그 최초로 4연속 통합우승에 도전하는 정규리그 1위 대한항공이 선착한 챔피언결정전은 29일부터 5전 3선승제로 열린다.

오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