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지친 환자들… 지난달 20일 의대 증원에 반발해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25일째를 맞은 1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한 내원객이 진료를 기다리며 소파에 누워 있다. 백동현 기자

■ 의사사회 내부서도 비판 확산

“의사를 안 할 것도 아니면서
환자 버리겠다는 건 말도 안돼
의사가 의사수 결정 비합리적”

“스승 역할서 벗어났다” 자성론
“이번 사태 ‘국민신뢰’ 잃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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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환자를 떠나겠다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낸 건 의사와 스승으로서 본분을 저버린 행태라는 의사 사회 내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의대 교수들이 ‘갈등 당사자’가 되면서 교수단체들도 사분오열하고 있어 정부와 전공의 간 ‘중재자’ 역할을 하기 어려워졌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의대 증원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면 의사에 대한 국민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상당 기간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는 자성론도 커지고 있다.

15일 정일용 경기도의료원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의사가 환자를 떠나는 행위 자체가 잘못됐다”며 “대화를 나눌 생각을 하지 않고 (전공의에 이어) 또 다른 의사집단(의대 교수)도 환자를 볼모로 삼는 건 의사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밝혔다. 정 원장은 “의대 교수까지 동조하는 건 문제가 된다”며 “의사를 안 할 것도 아니면서 환자를 버리겠다는 건 일종의 협박”이라고 지적했다.

외과 전문의인 정 원장은 의대 증원을 찬성하고 있다. 필수의료 기능을 맡고 있는 공공병원으로 오는 의사가 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의사가 개입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봤다. 정 원장은 “의사가 몇 명이 필요할지는 사회와 국가가 판단한 후 결정해야 한다”며 “의사들에게 자문할 순 있겠지만 이익단체에 맡길 수 없는 영역”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의료체계가 상업화됐는데 의사들이 의사 수를 결정하면 합리적으로 정해질 것이라고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이 제자들의 집단행동에 동참하는 것은 스승의 역할에서 벗어났다는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A 교수는 “전공의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하는 게 아니라 병원에서 같이 뛰쳐나가겠다는 건 스승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 보호가 ‘최우선’이라고 내세웠지만 방향이 잘못됐다”며 “의술을 가르쳐야 하는 교수들 목소리에 환자는 그 어디에도 없어 씁쓸했다”고 덧붙였다.

의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파업을 이끌었던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교수는 “의사들은 ‘전투(의대 증원)’에서 이길지는 몰라도 ‘전쟁(국민 신뢰)’에서 분명히 질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끝나면 전문가로서 의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한국 사회가 선진화되는 데 큰 상처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 사회의 이중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수도권 대학병원 B 교수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가장 먼저 나온 곳이 대학병원인데도 불구하고 의대 증원에 찬성한 교수들마저 집단 사직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년 후 의대 증원을 다시 논의한다면 파업을 하지 않을 것 같냐”고 반문했다. 비수도권 대형병원 C 교수는 “환자를 떠나면서 제자만 지키겠다는 것 자체가 중재자로서 의미를 잃은 것”이라며 “의사 이익만 중시하는 집단으로 치부될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각 의대 교수들 협의 과정에서는 환자 곁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나왔지만 집단 사직을 해야 한다는 강경파에 밀렸다고 한다. 이 같은 양상은 전공의 집단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