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전 2년 ‘끝나지 않는 전쟁’

北 미사일 부품 75% 미국산
서방 대북제재 사실상 구멍

러시아와 중국, 북한 등 이른바 권위주의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국제 사회의 제재를 피해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량 국가들끼리 똘똘 뭉쳐 서로 간의 제재 회피를 돕고 있는 것이다 .

20일 CNN은 미 싱크탱크 랜드(RAND)연구소 자료의 분석을 인용해 러시아 정부가 서방의 제재에도 중국·인도에 대한 원유 수출 등에 힘입어 지난해 세입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막대한 자금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러시아 연방정부의 세입은 3200억 달러(약 428조 원)를 기록했으며, 올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세입의 3분의 1가량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인 것으로 추산되며, 올해는 그보다 더 높은 비율의 세입이 전쟁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소유권 등이 불투명한 ‘암흑 선단’과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대체 운송·불법 석유 거래상 등을 동원해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면서 전쟁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세입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같은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이 러시아 원유를 대거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세계 2위 석유 소비국인 중국에 원유 1억702만t을 수출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중국의 최대 원유 공급국이 됐다.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가격 상한제를 통해 배럴당 60달러 이상의 러시아산 원유 수출에 대해 보험 등 해상 서비스를 금지하고 있지만, 오히려 값싼 러시아산 원유 판매 비율이 폭증하며 서방의 제재는 무용지물이 됐다는 평까지 나온다.

북한 역시 중국 등의 묵인하에 가상화폐 거래소 등을 해킹하고 돈세탁을 하는 방식으로 통치 비용과 핵·미사일 개발 비용을 벌어들이고 있다. 또 최근에는 러시아에 미사일과 무기들을 판매했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해 우크라이나 공격에 쓰인 미사일 부품 대부분이 미국·유럽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돼 서방의 대북 제재에도 구멍이 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영국의 무기감시단체인 분쟁군비연구소(CAR)가 지난달 우크라이나에서 회수한 북한산 미사일 잔해의 290개 부품을 직접 조사한 결과, 부품의 75%는 미국 회사가 설계·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