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전액 배상하라” 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손실액이 올 들어 총 5221억 원에 달한 가운데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피해자들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공익감사를 접수한 후 “금융소비자 피해를 방치한 금융당국을 감사하라”고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윤슬 기자

ELS 판매 관리·감독 의무에도
감시 태만·제재 미흡 책임 물어

금감원장 자율배상 제안에 분노
긴 법적다툼으로 배상지연 우려

은행은 분담 기준案 기다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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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의 수조 원대 손실이 본격화되면서 가입자들이 1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그동안 각종 집회 등으로 시중은행의 ‘불완전 판매’를 규탄해왔던 가입자들은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이 ‘자율배상’을 제시한 것을 계기로 비난의 화살을 금융당국에 정조준하고 나섰다. 가입자들은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배상을 자율에 맡기면서 배상이 장기간 지연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은행권은 자율배상안에 대해 ‘배임 문제’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어 배상을 둘러싼 가입자와 은행권, 당국의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홍콩 H지수 ELS피해자모임’과 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위와 금감원을 상대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ELS 판매를 관리하고 감독할 의무가 있음에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길성주 ‘홍콩 H지수 ELS피해자모임’ 위원장은 “금융당국이 여러 차례 공언한 상시 감시가 작동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금융당국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익감사 청구서에 △상시 감시 및 감시업무 태만 △판매 관련 조사 미실시 및 제재 미흡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 관리 미흡 △은행권의 고난도 금융상품 신탁 판매 허용의 부적정 등 금융당국의 책임이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관련 손실액은 6조~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달 국회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은행권의 불완전 판매 행태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가입자들은 지난 5일 이 원장이 ‘자율배상’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크게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모임의 한 관계자는 “자칫 잘못하면 금융사들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게 되는 것이고 불법에 대한 다툼은 최종적으로 대법원까지 가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자율배상 압박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당국의 기준안 없이 은행이 먼저 배상 카드를 꺼내면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자인하는 꼴이 되고, 외국인 주주들로부터 배임 문제까지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은행권은 이르면 이달 말 발표될 금감원의 홍콩 ELS 책임 분담 기준안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