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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 총선승패 가른다… ‘與는 대통령, 野는 분열’ 리스크 극복이 관건

  • 입력 2024-02-08 08:52
  • 수정 2024-02-0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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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민의 Deep Read - 총선과 혁신

모든 정치세력 ‘기득권·낡음·동상이몽’ 휩싸여… 새 시대의 전야 아닌 ‘구시대 마지막 밤’ 상황
총선서 이기려면 ‘反혁신의 매듭’ 풀어야… 승부를 가르는 건 ‘담대한 변화’ 이끌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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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은 외환 위기 직후 발표한 소설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에서 “지금 이 난리법석은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는 전야인가, 아니면 길을 잃고 자포자기하는 마지막 밤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후 “어둠의 밤이 새로운 시대의 전날 밤이 아니라 아직 덜 끝난 시대의 마지막 밤 같다니까. 진짜 어둠은 아직 남은…”이라며 절망을 토로했다.

◇문제는 혁신이다

총선을 목전에 둔 한국 정치도 ‘새로운 기대에 가득 찬 전야’이기보다는 ‘길을 잃고 헤매는 마지막 밤’처럼 보인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과 원내 제1당이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제3지대 신당 등 모든 정치 세력이 혁신보다는 기득권, 새로움보다는 낡음, 미래보다는 과거, 통합보다는 분열에 휩싸여 있다. 올 4월에 치러질 총선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전야가 될지, 구시대의 마지막 밤이 될지는 전적으로 유권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신냉전·블록화·저출생·기후위기·인공지능(AI) 등으로 상징되는 현시점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세력이 선거전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세상에는 네 부류의 사람이 있다. ①변화를 이끄는 사람 ②변화를 뒤쫓는 사람 ③변화가 두려운 사람 ④변화에 둔감한 사람.

변화를 이끄는 사람은 승자가 되고, 둔감하거나 두려운 사람은 패자가 되는 게 세상 이치다. 청동기가 철기를 이길 수 없고, 칼이 총을 이길 수 없듯이, 정치에서도 반혁신이 혁신을 이길 수 없다. 정치와 선거는 ‘누가 더 빨리 변화하느냐’의 싸움이다.

정치는 인식의 게임이기도 하다. 유권자로 하여금 정치 현상을 판단하고 규정하고 결정하게 하는 힘은 사실이라기보다는 인식이다. 유권자는 누가 변하고 있는지 어느 세력이 혁신을 이루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지지세력을 정한다. 혁신 경쟁에서 승리하는 자가 총선의 승자다.

◇여당과 반혁신

여권 최대 리스크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위기의 더 많은 원인을 제공한 곳은 정부나 당이 아니라 대통령과 대통령실이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대체로 40% 아래로 떨어진 이래 30%대 중하위 박스권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문화일보와 엠브레인이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벌여 6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직무수행 긍정 평가 34%, 부정 평가 60%였다(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0%포인트 이하·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긍정 평가가 35%를 밑돌고 부정 평가가 55%를 넘으면 ‘정권심판론’이 선거를 지배한다.

같은 조사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45%, 부정 평가는 42%였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이 아닌 한 위원장 얼굴로 총선을 치러야 정권심판론을 피할 수 있다. ‘윤·한 충돌’ 이후 공천 주도권이 한동훈 위원장 쪽으로 기운 듯했지만, 김경율 비대위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한 위원장의 총선 구상과 리더십이 타격을 받았다.

위기의 핵심은 국민의힘이 중도를 잡는 방법을 잊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때부터 지금까지 그 점에서는 한계를 보였고, 한 위원장마저 같은 우를 범하는 중이다. 그가 던진 ‘불체포 포기 서약’ ‘국회의원 정원 축소’ ‘국회의원 세비 인하’ 등은 진부하며 반(反)정치·반국회적인 포퓰리즘이다.

‘운동권 청산’ 프레임도 자칫 이념적 색채만 강화할 수 있다. 586 운동권이 청산 대상이 된 건 나이가 들었거나 운동권 출신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 세계관의 산물인 정책이 낡고 타락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때의 제반 정책이 어떻게 국익을 해쳤는지를 구체적 정책 논쟁으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게 중도 확장을 위한 혁신이다.

◇민주당의 반혁신

국회 압도적 다수당인 민주당 역시 최대 리스크는 이재명 당 대표다. 혁신은 멈춰 섰고 이로 인한 분열을 막지 못했다.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와 ‘원칙과 상식’이 패권·방탄·팬덤 정당을 비판하며 탈당했다.

반명의 이탈 그 자체가 이 대표와 친명에 치명적인 건 아니다. 그런데 친명과 친문의 충돌, 즉 당내 갈등과 내전 양상은 분명 치명적이다. 0.73%포인트의 대선(2022년) 패배를 두고 ‘문재인 탓’과 ‘이재명 탓’으로 갈린 탓에 대선 백서도 못 낸 민주당이다. 이걸 건드리는 순간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에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책임을 지라”고 했다. 이는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 등 친문 핵심들을 겨냥한 것이다. 임 전 실장도 “윤 정권 탄생은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며 반격했다. 지난 21대 총선(2020년)에서 너무 크게 이긴 탓에 내부 경쟁 압력이 높은 민주당이 ‘명문 충돌’을 관리하지 못하면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2022년 지방선거에서 경험했던 지지층의 이탈이라는 악몽과 재회할 수 있다.

민주당이 여전히 ‘비주류 의식’에 사로잡힌 것도 문제다. 문재인 정부 때에도 민주당은 ‘민주 대 반민주’라는 철 지난 낡은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더니, 이재명 시대에도 준연동형 유지의 명분을 ‘반윤(反尹) 민주대연합’에서 찾는 게 비주류 의식이다.

주류 의식이 없으면 주류가 될 수 없다. 민주대연합은 필연적으로 ‘강성 지지층’으로 지지기반을 좁히는 전략적 오류를 만들어낸다. 21대 총선에서 황교안 대표의 미래통합당이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해 패했듯 민주당도 ‘조국의 강’에 다시 빠질 수 있다. 이게 반혁신이다.

◇신당의 반혁신

제3지대 신당이 성공하려면 ①모든 세력이 빅텐트에 모이고 ②설 직후 10% 지지율을 넘기며 ③새로운 인물이 몰려 ④기성 정당을 압도하는 혁신을 보여야 한다. 현재로는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게다가 1월 골든 타임을 허비했다.

2016년 안철수 깃발의 국민의당은 세 번에 걸친 동력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1차 호남, 2차 중도·보수, 3차 2030의 가세. 전문가들은 한 자리대 의석수를 예상했지만 당시 국민의당은 38석을 얻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거꾸로 2030-중도-호남의 순으로 신당의 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각 분파들의 동상이몽이 이를 방해하는 형국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그리고 제3지대 모두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반혁신의 매듭을 풀어야 한다. 담대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승부를 가른다.

정치컨설팅 민 대표

■ 용어 설명

‘민주 대 반민주’는 1970∼1980년대 권위주의 정권을 겨냥한 정치·사회운동 프레임. 하지만 ‘1987 체제’의 등장으로 실질적인 민주주의가 이뤄지면서 이 구도와 프레임은 끝난 것으로 평가됨.

‘운동권 청산’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2대 총선을 맞아 내건 슬로건. 민주당 내 일부 운동권 출신 586 정치인들에 의한 적폐 카르텔을 청산해야 한다며 내세운 일종의 프레임 전략.

■ 세줄 요약

문제는 혁신 : 여야 모든 정치세력이 혁신보다는 기득권, 새로움보다는 낡음, 미래보다는 과거, 통합보다는 분열에 휩싸여. 정치는 혁신과 진화의 게임. ‘누가 더 빨리 변화하느냐’의 싸움이며 혁신의 승자가 총선의 승자.

여당과 반혁신 : 여권 최대 리스크는 윤석열 대통령. 위기의 핵심은 여권이 중도를 잡는 방법을 잊었다는 점. 한동훈의 ‘운동권 청산’ 프레임도 자칫 ‘이념적 색채’만 강화할 수도. 중도 확장 위한 혁신에 박차 가해야.

야당의 반혁신 : 민주당 최대 리스크는 이재명. 내분을 관리하지 못하면 지지층 이탈이라는 과거의 악몽과 재회할 것. 신당도 각 분파들의 동상이몽이 혁신을 방해.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여야 모두 반혁신의 매듭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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