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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뜨거운 16강’ 클린스만號… 사우디戰서 해법 모색

개인 기량에만 의존 전술 부재
최약체 말레이시아와 3-3 비겨
조별리그에서 6실점 역대 최다

사우디는 사실상 홈 같은 장소
이강인 중심 세트피스 다듬고
빠른 침투로 뒷공간 뚫어야

클린스만호가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 64년을 벼른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의 강력한 우승 후보는커녕, 졸전의 연속으로 고개를 숙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5일 밤(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E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말레이시아와 3-3으로 비겼다. 앞서 16강행 티켓을 확보한 한국은 1승 2무(승점 5)로 조 2위를 확정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만나게 됐다.

낯뜨거운 16강 진출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의 한국은 대회 개막 전까지 우승 후보이자 E조 최강으로 평가받았지만 랭킹 87위의 요르단과 2-2로 비긴 데 이어 조 최약체이자 130위의 말레이시아를 상대로도 쩔쩔맸다.

조별리그 3경기 동안 드러난 클린스만호의 가장 큰 문제는 ‘팀’은 없고 ‘개인’만 있다는 점이다.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3골을 터트렸으나 모두 개인 기량에서 비롯됐다. 전반 21분 선제골은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정확한 코너킥 패스와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의 뛰어난 위치 선정에서 나왔다. 후반 38분 이강인의 프리킥골 역시 개인기였고, 후반 49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골은 페널티킥에서 터졌다.

1년여 전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 때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당시엔 체계적인 움직임을 앞세운 빌드업(공격 전개)으로 전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다. 손흥민과 이강인,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 등 ‘월드 클래스’급 공격수를 두고도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에 의존한 ‘독박 수비’만 지속될 뿐, 수비진의 조직력도 사실상 ‘제로’(0)다. 그 결과가 한국의 조별리그 역대 최다 실점(6골) 불명예로 나타났다.

한국은 오는 31일 오전 1시 알라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8강행을 다툰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많은 응원단과 함께 홈 경기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손흥민과 이강인 등 주요 선수들은 조별리그를 모두 풀타임으로 뛴 터라 체력이 바닥 난 상태다.

없던 조직력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건 아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보여준 개인기를 앞세워 경기 운영을 효율화하는 것이 최선이다. 스트라이커 조규성(미트윌란)의 제공권을 살리고, 손흥민과 황희찬의 빠른 침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특히 이강인의 정확한 킥은 세트피스에서 강력한 무기다. 이강인은 말레이시아전에서 프리킥으로 1골, 코너킥으로 1어시스트를 챙겼다. 한국은 말레이시아전에서 코너킥을 20차례나 찼는데, 위력이 부족했다. 전술에 의한 약속된 플레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정작 클린스만 감독은 여전히 이런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는 말레이시아전 직후 “양 팀 합해 6골이 나온 상당히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다”고 말했다. 낯뜨거운 경기 내용이었는데 ‘박진감’이라는 표현은 실망한 팬들과는 동떨어진 해석이다. 우승 가능성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믿는다”고 했으나 이미 여론은 등을 돌렸다.

그래도 선수들은 희망을 말하고 있다. 1득점과 1도움을 남긴 이강인은 “결국 결과가 가장 아쉽다”면서 “다음 경기(16강전)는 더 똘똘 뭉쳐서 좋은 결과 나올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장 손흥민은 “선수들을 흔들지 말았으면 좋겠고, 보호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며 응원을 당부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