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8일 부산소방재난본부가 진행한 아파트 화재 대응 실험에서 1층 발화지 현관문이 개방되자 화염이 확산돼 다른 층까지 검게 그을렸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1층 발화지 현관문 열어놓자 1분여 만에 4층 옥상까지 화염 확산
소방 당국 "연기 확산 안 했을 경우 대피 대신 거주지 대기도 필요"


부산=이승륜 기자



부산소방재난본부가 재개발구역 철거 건물에서 공동주택 화재 시 대응 방법에 따른 피해 차이를 보여주는 실험을 해 눈길을 끈다. 아파트 화재 때 발화지 주민의 현관문 개폐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피해 상황을 보여줬는데, 소방 측은 이 내용을 토대로 화염과 연기의 확산 추이에 따라 인근 주민의 대응 방법도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오후 부산 남구 문현동 철거 예정 건물에 마련된 화재 실험 현장. 이날 본부는 화재 대피 때 발화지 현관문을 닫은 경우와 열어둔 경우를 나눠서 관련 실험 결과를 보였다. 4층 건물 중 1층에서 불이 난 경우 연기가 상층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재현됐는데, 발화지 현관문을 닫고 대피하니 2층을 제외한 3, 4층에서는 실내로 연기가 유입되지 않았다. 반면, 현관문을 열어둔 채 대피하자 연기가 외부로 급속히 유출되면서 1분여 만에 옥상으로 상승했다. 점화한 지 4분 50초 정도가 지났을 때 4층 계단에서 검출된 일산화탄소 농도는 7028ppm였다. 이 연기를 10분 이상 흡입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게 소방 측의 설명이다. 화재 시 발화지 거주자가 현관 등 문을 닫았는지 여부에 따라 화염과 연기의 확산 상황과 그 피해 정도가 달라진 것이다.

본부 측은 아파트 화재 시 화염과 연기가 넓게 퍼지지 않은 경우 발화지 근처 주민은 대피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또 연기가 여러 층으로 확산했을 때도 무작정 대피하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대피 과정에서 연기 과다 흡입 등의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본부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부산 공동주택 화재 4619건을 분석한 결과 433건의 인명 피해 중 대피를 하거나, 자체 진화를 하다가 발생한 것이 각각 40.2%, 17.1%를 차지했다. 본부 관계자는 "화재의 98%가 발화지나 발화층 이상으로 번지지 않았다"며 "불길이 다른 층이나 근처 건물로 확대된 경우는 1.27%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화재 시 경우에 따라선 거주지 내에 있는 게 안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앞서 소방청도 지난해 11월 화재 피난 요령을 기존 ‘불나면 대피 먼저’에서 ‘판단하고 행동’으로 바꿨다. 본부도 최근 이 내용이 담긴 웹툰을 제작해 홈페이지와 SNS에서 홍보 활동을 폈다. 만일 화재 발생지와 거주지가 멀어 연기가 유입되지 않으면 집에 대기한 채 상황을 주시하고 창문을 닫고 있는 게 오히려 안전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연기가 집 안으로 새어 들어오지만 아파트 복도나 계단에 화염이나 연기가 차 있어 대피가 어려울 경우 베란다 거주지 대피시설 등으로 이동하고 문틈을 젖은 수건으로 막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허석곤 부산소방재난본부장은 "화재 시 무리한 피난으로 귀중한 인명피해가 발생하기 않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실험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