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어디가 전문의병원? 의사 면허 취득 후 수련 과정을 거치지 않고 돈 되는 미용성형 의원 등을 개원하는 일반의가 늘어나면서 의료체계가 왜곡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17일 오전 전문의와 일반의가 운영하는 의원들이 몰린 건물의 간판. 전문의는 의원 앞에 성형외과 등 전문과목을 표시할 수 있고, 일반의는 본인 이름이 포함된 의원 뒤에 진료 과목을 붙일 수 있다. 문호남 기자

■유명무실 전문의 제도-상

피부미용·성형 분야 급팽창과
의사들 쉽게 돈 버는 세태 겹쳐
의대생-전공-전문의 체계 붕괴
“이대론 ‘의대 증원’ 효과 없어”

수련 받지 않은 일반의 늘면서
의료 분쟁도 해마다 증가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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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사 면허를 딴 후 전공의 수련을 받지 않고 진료 현장에 뛰어드는 일반의(GP)가 늘어나면서 ‘의대생-전공의-전문의’로 이어지던 의사 양성체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수련 과정 없이 환자를 진료하는 일반의들의 행태를 놓고 사실상 ‘환자를 상대로 임상 수련하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피부미용과 미용성형 분야가 급팽창한 의료계 상황과 손쉽게 돈을 벌려는 세태가 맞물린 탓으로 풀이된다. 의료계는 의대 정원을 늘려도 정책적 ‘차단벽’을 세우지 않는다면 진입 장벽이 낮은 피부미용 분야 일반의가 폭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가고시만 통과하면 독립적 진료권을 받는 의사면허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2년 진료비통계지표’에 따르면 일반의 의원 진료비는 지난 2017년 2조5455억 원에서 2022년 4조1105억 원으로 5년 사이 1.6배로 늘었다. 전체 요양급여비용 중에서는 17.5%다. 이는 내과(4조3890억 원)다음으로 많은 규모다. 의료계에 따르면 과거에는 의대 졸업 후 전문의를 취득하는 비율이 90%대로 높았다. 하지만 최근 수련을 포기하는 의대 졸업생이 전체의 15∼20%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심평원의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일반의가 개원한 의원은 2018년 2929곳에서 2020년 3004곳, 2021년 3063곳, 2022년 3165곳으로 늘었다. 2018∼2022년 일반의가 새로 개원한 의원 총 979곳 중 86%(843곳)가 피부과다. 기업형 의원들도 보톡스, 필러 등 피부미용 시술은 의사들만 할 수 있기 때문에 경력이 없는 일반의들을 채용해 의료 현장에 바로 투입하고 있다.

피부미용은 제모와 점 뽑기 등 간단한 시술부터 시작할 수 있어 위험 부담이 적고, 연차가 쌓이거나 새로운 기술을 익힐수록 보수가 늘어나 젊은 의사들이 선호한다. 일반의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에는 피부미용과 미용성형 등 두 가지 진료분과만 살아남은 실정이다. 병원과 의사는 많지만 가시 제거, 화상, 열상 등 일상 속 흔한 상처를 봐 주는 병원은 사라지고 있어 의료 상업화의 병폐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의대를 졸업한 후 다른 진료과보다 진입 장벽이 낮고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는 피부미용만 하려고 한다”며 “건강보험 급여 진료비는 20년 전에 비해 50%도 안 올랐는데 비급여 진료비는 의사가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4∼5년간 진료과에 대한 체계적인 수련 과정을 거쳐 전문의를 따도 진료비는 일반의와 똑같다”며 “일반의와 전문의와의 차이를 둘 유인책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수련을 받지 않은 일반의들이 늘자 이들이 관련된 의료 분쟁도 증가하는 추세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각급 법원이 피부 관련 의사회에 자문하는 피부미용 의료사고 소송 당사자는 거의 다 일반의다. 환자 안전과 의료 안정성, 우수한 필수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정책 기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국가고시를 통과해 이론만 배운 채 수련 없이 일반의가 의료 현장에 나오면 직접적인 임상 경험이 없어 환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임상 수련은 의사로서의 최소한 양심이자 환자에 대한 기본 예우인 만큼 미국과 일본 등 해외처럼 의대 졸업 후 임상 수련을 의무화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