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9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 지역 주민들이 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그릇을 들이밀고 있다. AP 연합뉴스

■ Global Focus

주택 70%·도로 절반이상 파괴
유엔 “주민 85%가 난민 신세”

이스라엘도 최소 1700명 사망
건국 이후 최대 인명피해 기록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이후 양측 사망자 수가 2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자지구 사망자는 2만3200여 명으로, 민간인 희생자 수가 금세기 벌어진 전쟁 중 전례 없는 규모로 치닫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당장 끝난다고 해도 가자지구에서 살아가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부터 이달 9일까지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는 2만3210명으로 집계됐다. 가자지구 전체 인구가 약 227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 이상이 이번 전쟁에서 숨진 것이다. 공습으로 매몰돼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희생자까지 합치면 사망자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자 중 3분의 2는 어린이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사망자도 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같은 기간 군인 519명이 사망하고 2465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하마스 기습 공격 당시 사살된 1200명을 포함하면 최소 1700명 넘게 사망한 것이다. 이 역시 이스라엘 건국 이후 최대 인명 피해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가자지구는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 가자지구 주택 중 70%가 파괴되고, 건물 중 50% 이상이 훼손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세계은행도 가자지구 내 공원, 도서관 등 공공시설 72%, 의료시설 77%, 통신 기반시설 68%가 파손됐고, 도로 중 절반 이상이 파괴됐다고 전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가자지구는 이제 거주가 불가능한 장소가 됐다”며 가자지구의 참혹함을 전했다. 생활 터전을 잃은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스라엘 정부의 자발적 재정착 허용 조치가 이집트로 자신들을 쫓아내기 위한 계략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인도주의적 위기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따르면 가자지구 주민의 85% 이상이 집을 잃고 난민이 됐다. 피란민이 밀집한 남부 지역에선 전염병과 호흡기 질환까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시스템이 붕괴되면서 매일 평균 10명 이상의 어린이가 마취 없이 다리 절단 수술을 받고 있다고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전했다. 제이슨 리 세이브더칠드런 팔레스타인 사무소장은 “확실한 휴전만이 민간인 살해를 끝내는 길”이라며 “국제사회가 이를 막기 위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는다면 역사가 우리 모두를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