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의붓어머니 살해 혐의를 받는 40대 배모 씨의 범행 모습이 촬영된 CCTV. 유튜브 채널 ‘서울경찰‘ 캡처

사라진 70대 치매 노인
마지막 통화는 의붓아들


70대 의붓어머니를 살해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40대 남성의 범행 장면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남성은 의붓어머니가 받는 기초연금과 누나가 받는 장애인 연금을 노리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특히 이 남성은 휴대전화 요금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BJ(인터넷 개인 방송 진행자) 후원금으로 약 100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서울경찰청은 유튜브 채널 ‘서울경찰’을 통해 강도살인, 시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된 배모(48) 씨 검거 과정에 대해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배 씨는 지난 10월 19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의붓어머니 이모(75) 씨의 집을 찾았다. 이 씨는 혼자 거주하는 치매 노인이었다. 그런데 배 씨가 다녀간 후 이 씨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경찰은 "관리하는 독거노인이 일주일째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주민센터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요한 영등포경찰서 경장은 "처음에는 이 씨가 사별한 남편이 그리워 예천군에 혼자 갔다가 사고로 실종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예천군은 지난해 4월 숨진 이 씨 남편의 고향이다.

대대적인 수사에도 이 씨를 찾지 못하자 경찰은 이 씨 주거지 부근에 설치돼있는 방범용 CCTV를 확인하고 인근 고시원에 거주하던 의붓아들 배 씨를 탐문하기 시작했다. 사건을 수사한 최정유 경위는 "배 씨에게 진술 조서를 작성하기 위해 만나자고 통화했는데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다"며 "그때부터 실종사건에서 살인사건으로 전환해 수사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씨의 통장 거래 명세와 통화 내역을 확인했다. 이 씨 통장에서는 37만 원이 인출돼 있었고, 마지막으로 통화한 상대는 배 씨였다. 최 경위는 "배 씨가 집에 들어간 날 배 씨가 뒤따라 들어갔고, 이후 혼자 나오는 걸 확인했다"며 "배 씨는 다음 날 빨간 큰 고무통을 굴리면서 미리 빌린 검은색 차량 트렁크에 고무통을 실었다"고 말했다.

공개된 CCTV 영상에는 배 씨의 범행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시신이 들어있는 커다란 고무통을 굴리던 배 씨는 차량에 이를 싣고 현장을 떠났다. 특히 배 씨 차량 트렁크에서는 루미놀 발광 반응이 나타났다. 루미놀은 범죄 현장 감식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혈흔에 반응해 푸른빛을 발하는 시약이다. 경찰은 배 씨의 범행을 확신하고 경기 수원시 한 숙박업소에서 그를 체포했다. 배 씨는 조사에서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배 씨는 의붓어머니 이 씨의 기초연금과 누나의 장애인 연금 통장을 훔치려다 이를 제지하는 이 씨를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이 씨의 시신을 고향인 경북 예천의 개천 모래밭에 암매장했다. 이 씨는 남편 사망 이후 기초연금 32만 원과 의붓딸의 장애인 연금 등 매달 총 88만 원으로 생활해왔다. 배 씨는 이 돈을 탐냈다.

배 씨는 지난 4월 실직한 이후 매달 경정과 경륜에 약 300만 원을, 인터넷 개인 방송 진행자에 후원금으로 약 100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채무가 2255만 원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임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