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정희용 한국가스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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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선생이 엮은 속담집 이담속찬(耳談續纂)에 ‘감탄고토(甘呑苦吐)’라는 말이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뜻이다. 이는 최근 천연가스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직도입 행태와 묘하게 겹친다. 천연가스 직도입 제도는 도시가스 사업을 합리적으로 육성해 수급 안정을 기하고 민생 경제에 이바지하고자 1998년 마련돼 2001년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이 제도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체리피킹(Cherry Picking), 대기업의 편익 독점, 수급 불안, 국민 추가 부담 및 해외 재판매 의심 사례 보도 등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지난 2005년 국내 천연가스 도입량의 1.4%에 불과했던 직도입 물량은 2020년 916만t으로 22.9%까지 급증했다. 급기야 10년 후에는 50%, 2000만t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로 국제 천연가스 시장이 요동치며 스팟 가격이 급등하자 직도입은 다시 대폭 줄었다. 최근 감사원은 직도입자가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 따른 도입 예정 물량의 60%만 들여와 나머지 물량을 가스공사가 부담하게 됨으로써 8조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국제시장 가격이 크게 오른 지난해 직도입 물량이 668만t으로 감소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내 7개 민간 직도입 발전사의 최근 3년간(2020~2022년) 매출액은 22조1382억 원, 영업이익은 3조2016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무려 14.5%에 이른다. 직도입자는 계약 조건이 우수한 저가 물량만 도입하고, 국제 천연가스 현물 가격이 급등하면 가스공사 물량으로 대체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반면, 그동안 연료비 상승분을 제때 반영하지 못한 정부가 지난해 전기·가스 요금을 올리자 국민은 겨울철 난방비 폭등에 신음했다. 이렇듯 국민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직도입 발전사만 수조 원에 달하는 이익을 내는 것이 오늘날 직도입 체제의 현실이다.

산업용의 경우에는 설비 신·증설, 연료 대체 등을 위한 직도입만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 정의의 한계, 구체적인 하위 규범 부재 등으로 인해 직도입자들이 도입 가격 변동에 따라 선택적으로 천연가스를 구매하는 체리피킹이 빈번해지고 있다. 그 결과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직도입 7개 사의 영업이익은 매년 13조 원이 넘었고, 올해는 최고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합리적인 과정과 방법으로 국민 후생 증진을 도모하는 경쟁 도입은 적극 환영한다. 그러나 직도입자의 이익을 위한 ‘그들만의 잔치’는 국민 부담만 가중시킨다. 직도입자로 인한 추가 도입 비용을 왜 국민이 떠안아야 하는가? 경쟁을 가장한 체리피킹이 난무한다면 결국 “제도를 악용해 횡재했다”는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 횡재세를 징수해 국민에게 지운 부담에 대한 책임을 묻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라도 직도입 의향 물량 준수 의무 부여 등을 통해 체리피킹의 부작용을 예방해야 한다. 국내 가스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공공성을 훼손하는 ‘우회 도입·판매 사업’에 대해서도 명확한 규범·제도 정비가 꼭 필요하다. 이미 직도입 시장은 국내 가스 산업의 큰 축으로 성장한 만큼, 국내 수급 안정과 국민 후생 증진에 기여하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가스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깊은 고민과 성찰을 해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