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흐릿한 국회　 정쟁과 대립, 기득권 유지로 점철된 21대 국회에 대해 ‘사상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앞에 세워진 반사경에 비친 국회 본청의 모습이 빗물 방울에 갇혀 일그러져 보이고 있다. 곽성호 기자

■ 여당 ‘불출마 선언’ 제로

지도부, 혁신위 제안 ‘검토’뿐
중진 험지출마 없이 요지부동

김기현 사퇴론 여권에서 확산
“윤심인심, 윤 대통령 의중은 인요한 편
윤도 김기현 결단 기다리고 있는 듯”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권 내에서 ‘영남 자민련’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지만 공고한 ‘기득권 정치’에 가로막혀 좀처럼 혁신과 쇄신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꾸려진 혁신위원회도 11일 조기 종료했다. 여권에서는 ‘윤심인심(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이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마음)’이라는 기류가 흐르지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지도부의 버티기에 ‘골든 타임’이 지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된다.

11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김 대표,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심인심’으로 사실상 혁신위에 힘을 실었다”고 말했다. ‘윤심인심’ 표현은 윤 대통령의 의중이 혁신위에 가 있다는 신호이면서 동시에 김 대표의 결단을 참고(忍) 기다리고 있다는 이중적 의미로 풀이된다. 혁신위의 ‘지도부·영남권 중진·친윤(친윤석열)계 의원 불출마·험지출마’ 희생안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보고되지만 김 대표를 포함해 결단의 대상으로 지목된 의원은 묵묵부답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 결과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혁신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선거를 치를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혁신안보다도 더 큰 폭의 자성과 변화가 아니고서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타이밍을 보겠다는데, 이미 김이 다 빠진 상태라 임팩트가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의 ‘버티기’가 계속되는 새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계속 하락하고 총선 패배 위기감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대구·경북(TK)을 제외하고 안심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리얼미터가 11일 발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응답률 3%)에서 윤 대통령의 부산·울산·경남(PK) 지지율은 전주 대비 1.3%포인트 떨어진 42.9%로 나타났다. 지난 7일 전국지표조사(NBS)와 8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PK 지역 지지율은 모두 지난 조사 대비 5%포인트 하락한 35%였다. 부산이 지역구인 하태경·서병수 의원 등이 김 대표의 빠른 결단을 촉구한 것도 이 같은 지역 민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수도권 바닥 민심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지고 있는데 충청에 이어 PK도 경고등이 확 켜진 상황”이라며 “TK 출신이 눌러앉은 지도부만 이 같은 민심을 외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단 지도부의 결단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김 대표가) 혁신위가 얘기하는 희생이라고 하는 전제와 키워드를 바탕으로 수도권에 출마할 건지, 불출마할 건지, 이번 주가 골든 타임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