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나(맨 왼쪽)는 아내, 두 아이와 함께 집 근처 동산을 산책하며 가족이 건강하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걸 절실히 깨닫곤 한다.

■ 사랑합니다 - 아이 투병 함께 이겨낸 우리 가족

“2023년도 우리 가족 모두 사랑했어요. 오는 2024년은 더 사랑할게요.”

늘 시끌시끌하고 밝고 화목한 우리 집. 나와 아내, 각기 여섯 살, 세 살 아들까지. 큰일 없이 하루하루가 소소하게 즐거운 우리 가족에게 올해는 유독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 많았어요. 특히나 우리 막내인 세 살 지성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용혈성요독증후군’이라는 병으로 한 달 동안 입원 생활을 했을 때는 정말로 하늘이 무너진 기분이었어요. 가족 모두 눈물로 하루하루를 지냈던 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고 무섭고 슬픈 생각이 듭니다.

일반적인 아이들이라면 한 번씩은 겪을 장염 증세로 동네 병원에 치료를 위해 가볍게 입원했을 뿐인데 사흘, 나흘이 지나도 차도 없이 오히려 온몸이 붓기 시작하고 12㎏이었던 아이의 몸무게가 나흘 만에 부기로 인해 15㎏까지 늘어나자 급기야 대학병원으로 옮기게 됐지요.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크게 아플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해보니 신장이 기능을 전혀 못 하고 있고 면역 기능도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자칫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또 생명을 잃는 것까지는 아니라도 평생 힘든 투석은 물론 신약 치료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포기하지 않았어요. 3주간의 입원 치료를 받으며 혈장 교환 시술도 잘 받고 신약 치료를 위해 언제라도 준비하고 있으면서 아이가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는지 체크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렇게 버티고 이기면서 수치가 점점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넘어가지 않고 정말 기적처럼 모든 것을 잘 극복한 우리 막내 지성이. 결국 저희 막내는 신약 치료도 없이 기적처럼 퇴원할 수 있었어요. 신약 치료 없이는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런 어려움을 이길 수 있게 기다려주고 믿어주셨던 담당 의사 선생님께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부기가 엄청날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을 동안 물조차 먹을 수 없어 ‘물물물’ 하며 애원하던 막내의 모습이 선명하네요. 혈장 교환 시술을 위해 목에 큰 구멍을 뚫고 관을 연결해야 했는데도 잘 이겨내 주고 버텨준 우리 막내. 엄청난 기적과 같은 최상의 결과로 모든 것을 극복해낸 우리 막내,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사랑해요.

막내가 입원해 있는 동안 홀로 고모네 집에서 너무도 의젓하게 잘 지내준 우리 첫째 아들 지오. 여섯 살이니 한창 엄마와 아빠가 옆에 있어 줘야 하고 챙겨 줘야 하는 나이인데도 동생이 아프다는 것을 알고 그 어린 나이에도 이해하고 혼자 너무 잘 기다려준 우리 첫째, 아빠가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

마지막으로 한 달 동안 홀로 지성이 옆에서 잘 지켜주고 힘든 상황에도 힘내준 우리 아내. 매일 버거워하고 힘겨워하는 지성이를 보면서 너무 힘들고 슬프고 괴로웠을 텐데 무너지지 않고 밝고 희망적인 마음으로 버텨줘서 정말 정말 고맙고 너무 사랑해요.

‘어둠이 가장 깊을 때 빛은 더 밝게 빛난다’는 말이 있듯이 가족의 존재만으로, 또 모두 건강하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것을 새삼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어요.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잘 이겨낸 우리 가족, 2023년 한 해 동안 너무 고맙고 사랑했어요. 2024년은 더 많이 사랑할게요.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한 사람의 남편인 유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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