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오 前 유엔사 군사정전위 수석 대표, 예비역 육군 중장

서울서 17개국 국방장관 회의
한국 안보 위협 공동대응 천명
유엔 78년史에서 유일한 기구

한국은 당연한 회원국·주빈국
일본 옵서버 자격 참가도 고려
실질적 장관급 회의 격상해야

지난 14일, 최초의 유엔군사령부 회원국 국방장관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유엔사 회원국 17개국의 대표가 참석했고, 회의 뒤에는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행위나 무력 공격이 재개될 경우 유엔사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6·25전쟁 종전 시 참전국 대표들이 워싱턴에서 발표한 ‘한국 휴전에 관한 16개국 공동정책 선언문’과 동일한 것이어서 70년 전의 회원국 결의가 변함없음을 보여줬다.

한반도에서 전쟁 재발을 억제해 온 첫 번째 공(功)이 ‘한미동맹’이었다면 그 두 번째는 ‘유엔사’였다. 비록 지금은 정전협정 유지와 회원국 관리 정도로 임무가 축소됐지만, 전쟁 초기에 창설돼 1978년 한미연합사로 작전통제권을 이관하기까지 대한민국 방어를 위한 최고사령부였다. 한미연합사로 전쟁 임무를 이관한 후 유엔사가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국내에서 종전선언과 한미연합사의 전시작전권 전환 논의가 시작된 2000년 무렵부터다.

동시에 등장한 북핵과 미사일 문제는 한미연합사를 당혹스럽게 만들었고, 한미연합의 지휘체제가 바뀌는 미래 환경에서도 현재와 같은 다국적군 전력 발휘를 보장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요구됐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유엔사 재활성화(revitalization)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것이 기존 회원국들의 재참전 결의를 확인하는 것이었고, 회원국 수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2003년 1월, 당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으로부터 “더 많은 국가가 회원국으로 참여해 다국적군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유엔사 기능을 보강하라”는 지시가 있었고, 이에 유엔사령관은 유엔사 참모부에 회원국 요원들을 배치했다. 그리고 2018년부터는 부사령관 직위에 회원국 3성 장군을 보직해 현재는 영국군 중장이 그 자리를 맡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당사국인 우리는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2019년, 유엔사에서 독일을 전력제공국에 추가하려는 것을 반대해 회원국들의 빈축을 산 일도 있었다. 그런 중에 열린 이번 국방장관급 회의는 그간의 소극적이고 부정적이던 분위기를 일소하는 데 기여했지만, 발전을 위해 다음 사항을 제언한다.

첫째, 한국도 유엔사 회원국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국방부 관계자가 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한국의 유엔사 회원 참여는 국익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는데, 이는 그릇된 인식이다. 우리는 당사국으로서 당연히 회원국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주빈국(host nation)으로서 여타 회원국들을 지원하고 관리할 책임도 있다. 어중간한 해석은 유엔사를 타자화(他者化)하려는 것으로 보여 함께 싸우겠다는 회원국들을 힘 빠지게 하는 짓이다.

둘째, 회원국 확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대 전쟁은 한 국가의 힘만으로는 수행하기 어렵다. 전 세계 최고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미국도 전쟁을 다국적군으로 수행하기를 희망한다. 이는 북한 입장에서 전 세계 여러 국가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해 결국, 이것이 전쟁 억제 수단이 됨을 간과해선 안 된다. 또한, 유엔사의 후방기지가 있어 전쟁 발발 시 자동 개입할 수밖에 없는 일본은 옵서버 자격으로라도 회원국에 참여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명칭에 맞게 장관급 회의체가 돼야 한다. 이번 회의 참가국은 총 17개국이었지만, 미국과 호주만 장관이 참여했고 나머지 국가는 한국 주재 대사급이 참여했다. 두 장관을 뺀다면 매월 군사정전위원회에서 개최하는 라운드 테이블 참석자 수준이었다. 회원국의 ‘재참전 결의’ 신뢰도 확보를 위해서도 참석자는 격에 맞춰 높여야 한다.

유엔사는 우리나라가 위험할 때 자유세계가 준 소중한 선물이다. 귀한 존재는 없을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물건이라면 다시 만들 수도 있겠지만, 유엔사는 일단 해체되면 다시는 재창설될 수 없을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보이는 행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유엔 역사상 단 한 번 만들었고, 78년이 지나는 동안 변함없이 우리의 자유와 안전에 기여하고 있는 이 다국적 통합군사령부에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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