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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의 ‘황금밥통’ 비급여

권도경 기자
권도경 기자
  • 입력 2023-11-24 11:49
  • 수정 2023-11-2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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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경 사회부 차장

최근 주요 대학병원에서 마취과 교수들이 ‘줄사표’를 던졌다. 국내 최대 A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올 들어 마취과 교수 7명이 그만뒀다. 최고 대우를 받는 상징적인 곳이라 동료 교수들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얼마 전 서울 B 대학병원에서도 마취과 교수 2명이 사표를 냈다. 몇 달간 마취과 교수를 못 구한 종합병원도 부지기수다. 수술실을 열지 못했다는 얘기다. 중소 병원은 마취과 의사를 찾느라 비상이 걸렸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개원가다. 사직 사유는 격무와 보수다. 수술은 끊임없이 밀려드는데 연구와 논문 작성을 게을리할 순 없다. 응급 상황과 당직 근무도 피할 수 없다. 반면, 마취통증클리닉을 차리면 큰 부담 없이 돈을 2배 이상 벌 수 있다. 흉부외과 등 ‘바이털(필수의료)’ 의사들이 대학병원을 이탈하는 배경과 같다. 여기에는 비급여 진료가 한몫하고 있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정해진 금액이 없다. 의사 재량권이 인정돼 진료비가 비싸게 매겨질 수 있다. 같은 시술을 받아도 병원마다 가격이 제각각인 이유다. 백내장 수술용 다초점렌즈는 33만 원부터 900만 원까지 27배나 가격 차이가 난다. 비급여 시장을 기형적으로 키운 건 실손보험이다. 개원의들은 비급여 진료비를 높게 책정한 후 실손보험을 이용해 환자에게 받아낸다. 매년 새로운 비급여 항목도 쏟아져 나온다. 환자를 상대로 수익을 무제한 뽑아낼 수 있는 셈이다. 이는 과잉진료와 의료비 증가로 이어졌다. 공보험인 건보료율은 7%까지 치솟았는데 사보험으로도 의료비를 치르면서 국민 부담만 가중됐다.

비급여는 보상체계를 왜곡시키고 있다. 비싼 비급여 진료가 늘어나자 개원의들은 고난도·고위험을 감수하는 대학병원 의사들보다 2배 이상 벌고 있다. 바이털과는 급여 항목이 많아 건보가 정한 수가만 받을 수 있다. 아무리 필수의료 수가를 높여도 비급여 진료비와의 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는 구조다. 전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의(GP)도 가세했다. 전공의 수련을 받지 않아도 GP들은 주 3∼4일만 일하면 월 1000만 원 이상 번다. 제모 등 간단한 미용시술에 대한 대가다. GP 연봉은 개원의 몸값을 끌어올렸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위험 부담과 노력에 비해 저렇게 쉽게 큰돈을 버는 전문직은 없다”고 꼬집었다. 직업관은 망가지고 있다. 한 바이털 의사는 “요즘 의대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오는 곳일 뿐 사명감을 가지고 오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급여는 바이털 의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바이털 의사들을 경증환자를 보는 병·의원으로 떠나게 하는 건 큰 손실이다. 최일선 의료 현장에서 진료 경험을 쌓으면서 연구하는 의사가 줄면 중증질환 치료나 연구 역량도 타격받게 된다. 의대 정원을 늘려봤자 비급여를 통제하지 않으면 예비의사들은 필수의료를 택하지 않는다.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을 이길 수 없어서다. 정부도 정책 수단을 찾아야 한다. 고된 길일지라도 사람을 살리겠다는 선택을 한 의사들에게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줘야 한다. 그들 헌신이 당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생명을 맡기는 바이털 의사들을 지키는 건 우리 사회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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