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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친명 핵심부터 ‘험지출마’ 해야… 주류 자기희생이 혁신의 출발점

  • 입력 2023-11-07 09:23
  • 수정 2023-11-0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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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우의 Deep Read - 혁신공천의 조건

대통령·당대표의 공천 영향력 여전… 리더의 개입 통한 ‘물갈이 - 충성파 심기’ 전략 선호
與 ‘친윤 내려놓기’와 野 ‘친명 비우기’가 선결 조건… 양당 혁신경쟁이 총선 결과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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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본격적으로 총선 준비에 착수하면서 양대 정당 모두 대통령 혹은 당 대표의 공천 개입을 총선 ‘선호전략’으로 택하는 형국이다. 이 와중에 다선·중진 의원 불출마나 험지 출마 등 주장도 어김없이 나오고 있다.

다선·중진 의원에 불출마·험지 출마를 ‘압박’하려면 진의와 명분이 정당해야 한다. 집권여당은 친윤 핵심 지도부가, 더불어민주당은 친명 핵심 중진들이 솔선수범해 불출마나 수도권 험지 출마를 택한다면, 실제 물갈이 대상인 다른 다선·중진들을 압박할 명분이 된다. 이게 공천 혁신과 총선 승리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대통령과 당 대표

선거를 준비하면서 정당 내부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가 지역구 후보를 결정하는 공천이다. 이론적으로 상향식 공천이 가장 민주적으로 보이지만, 지역구 내 조직을 장악한 현직 의원들이 절대 유리하기 때문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한국 정당들도 상향식 공천을 원칙으로 한다고 선언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비경선 방식인 전략공천이나 단수공천 비율이 훨씬 높다. 21대 총선(2020년)에서 거대 양당 모두 상향식 공천이 적용된 지역구 비율은 40% 정도다. 또 선거 때마다 ‘시스템 공천’ 방식을 따른다고 하면서도 공천 결과를 보면 정당 지도부의 개입이 상당했다.

여당의 경우엔 당 대표와 대통령의 공천 영향력이 대단히 크다. 특히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가 수직 구조화한 여권의 경우 대통령의 공천 영향력은 절대적이라 할 만하다. 공직자(대통령)의 정치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법에도 불구, 민주화 이후에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한국 정치의 가장 고질적 문제의 출발점이 된다. 야당의 경우에는 주류 당 대표가 공천 결정권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내년 4월의 22대 총선을 앞두고도 거대 양당의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것이다. 특히 정권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여당 내 대통령의 권력 확대 욕구는 크다.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은 설득과 타협보다는 소신과 돌파의 성향이 강하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 수행의 어려움을 겪은 데다 35년 만의 대법원장 임명 부결이라는 실패를 경험한 터여서, 여당을 원내 제1당으로 만들려는 윤 대통령의 생각은 더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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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 험지 출마 압박

그 연장에서 윤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국정 운영을 견고하게 지지할 충성스러운 친윤 후보를 많이 내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지에 집중돼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어떻게 하면 친명 중심으로 총선에서 승리해 치명적 약점인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 차기 대권 주자로서 입지를 확고히 할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결국 여든 야든 ‘리더가 공천에 개입하는 것’이 ‘선호전략’이 된다. 이러한 징조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은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 의원은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사무총장직을 물러난 지 19일 만에 다시 복귀했다. 총선을 앞둔 인재 영입이란 과업을 친윤이 맡은 것. 하태경 의원이 3선을 한 부산 해운대 지역구를 떠나 수도권 출마를 선언했지만 이후 다른 다선 의원들이 그 뒤를 잇지 않고 있다.

민주당 역시 친명 핵심인 조정식 사무총장이 총선기획단을 이끌면서 당내 비명 의원들은 이를 ‘친명 기획단’이라 맹비판하고 있다. 친명 진영에서는 ‘시스템 공천’을 따르기 때문에 친명 일색의 공천은 없다고 말하지만, 이를 곧이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여당의 인요한 혁신위원회 활동에 이슈를 빼앗긴 민주당 역시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를 겨냥한 험지 출마론이 터져 나오는 중이다.

서울 외 지역에서 당선된 이력을 가진 의원들이 수도권에 출마해서 성공한 사례는 정몽준, 정세균, 이낙연 의원 정도다. 이들은 대권 주자들이었다. 이런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정치인들 외에 지역구 출신 의원들에게 험지 출마를 권하는 건 정계를 은퇴하라는 압력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실 다선 의원의 험지 출마 종용의 본심은 물갈이에 있다.

◇주류의 솔선수범

이처럼 거대 정당 모두에서 현직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만일 좋은 의정 활동으로 지역에서 선수(選數)를 더해온 다선·중진 의원들이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이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 등을 선택할 경우 그 정당은 선거 실패를 부를 가능성이 커진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1월만 해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을 월등히 앞섰었다. 당시 야권이 분열한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180석 획득도 가능하다는 낙관적 예측이 파다했다. 그러나 친박-비박 간 ‘진박 감별’ 등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불거지고 불공정 공천 논란이 옥새 파동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선거 직전 양당의 지지도 차이는 박빙으로 줄었다. 그 결과는 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이었다.

다선·중진 의원에 대한 불출마·험지 출마 압박은 진의와 명분이 정당해야 한다. 여당이 대통령 측근을 후보로 심기 위해 영남 다선 의원들에게 험지 출마를 권고한다면 당내 반발을 넘어 민심 이반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도 다선 의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이유가 비명의 자리를 친명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라면, 공천의 명분을 잃게 되고 당내 갈등만 격화할 것이다.

개혁 공천의 핵심인 ‘물갈이론’이 성공하려면 명분에 따른 솔선수범이 중요하다. 여당에서는 김기현 대표를 포함해 장제원·이철규 의원 등 친윤 핵심들이 솔선수범해 불출마나 수도권 험지 출마를 택한다면 다른 다선·중진 의원들을 압박할 명분이 된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대통령 측근들부터 결단하라”고 요구하는 건 이런 맥락에서 중요하다.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가 스스로 험지 출마 의지를 보인다면 혁신 공천의 명분이 될 것이다. 솔선수범하고 리스크를 감수하겠다고 나서야 다른 다선·중진 의원들에 대한 실질적 압력이 되고, 유권자들은 혁신 공천의 진정성을 믿을 것이다.

◇혁신 경쟁

현재 양대 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 비율은 물론, 지지층의 지지 강도 역시 낮다. 총선을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극적으로 정당 호감도가 높아질 가능성은 없다. 결국 양당의 혁신 경쟁이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공천이 내부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한 기회로 악용되고, 그 결과 공천 갈등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중도층을 포함한 유권자들은 그런 정당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 설명

‘험지 출마’란 당선이 어려운 지역에 출마하는 것. 보수 후보가 수도권 강북 지역에, 진보 후보가 강남 지역에 출마하는 게 그 예. ‘자신을 포기하며 당을 살리는’ 선당후사의 교본으로 거론됨.

‘옥새 파동’은 2016년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공천관리위원회의 일부 추천장에 대표 직인 날인을 거부한 사태. ‘진박 감별’ 등과 함께 공천 갈등의 극명한 사례로 기록.

■ 세줄 요약

대통령과 당 대표 : 여야는 ‘시스템 공천’을 따른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지도부의 개입이 상당함. 본격적인 총선 시즌이 다가오면서 양대 정당 모두 대통령 혹은 당 대표의 공천 개입을 총선 ‘선호전략’으로 택하는 형국.

중진 험지 출마 압박 :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다선·중진 의원 불출마나 험지 출마 요구가 어김없이 나와.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인물이 아닌 중진들에 대한 험지 출마 권유는 물갈이 혹은 정계 은퇴 압력으로 받아들여짐.

주류의 솔선수범 :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압박’하려면 진의와 명분이 정당해야. 여당은 친윤, 민주당은 친명이 솔선수범해 결단한다면, 다른 이들을 압박할 명분이 될 것. 이게 공천 혁신과 총선 승리를 위한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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