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26일만인 2일(현지시간)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 가자지구내 유일 한국인 가족이 이집트 카이로 모처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탈출 한국인 가족 인터뷰
“죽을수도 있다는 공포 느껴”

가자지구에 머물다 이집트 카이로로 무사히 대피한 한국인 일가족이 “겨울옷 몇 개 들어있는 가방만 들고 나왔다”며 “거의 모든 집이 폭격을 받아 무너져내렸다”는 현지 참상을 전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26일 만인 2일(현지시간) 라파 국경을 통과해 이집트로 피신한 일가족 5명 중 최모(44) 씨는 카이로 현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행히 무사하게 나올 수 있었다”면서도 “가족들과 친척들, 시부모님이 아직 가자지구에 남아있어서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는 심경을 밝혔다. 전쟁이 터진 뒤 살던 아파트에서 나와 시댁으로 피신했다가 지난달 10일쯤 남부의 칸 유니스로 이동했다는 최 씨는 “주변에서 폭탄은 계속 터졌고, 우리가 살던 곳 주변에도 하마스 경찰청 등이 있어서 그런지 폭격이 계속됐다”며 “나중에는 이스라엘 정부에서 나가라고 하니까 소리 없이 폭격당해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남부로 피한 뒤에도 전기가 없어 낮에 태양광으로 휴대용 배터리를 충전했고, 장작을 구해 불을 피우거나 되도록 불을 사용하지 않는 음식을 찾았다는 것이 최 씨의 회고다.

최 씨는 “우리 집도 폭격을 당해서 다 무너졌다고 지인에게 들었다”며 “완전히 무너져 내린 데도 있고 일부만 무너진 곳도 있고, 거의 모든 집이 폭격받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한국에 갈 계획을 하고 있다면서도 “아무것도 없이 도망 나왔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심경을 털어놓았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최 씨와 한국 귀화 팔레스타인계 남편(43), 딸(18), 아들(15) 생후 7개월 된 막내딸 등으로 구성된 최 씨 가족은 가자지구에서 7년 정도 살아왔다고 한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