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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관계 속에 싹트는 정신병 다뤄
뻔한 대사지만 공감·위로 건네

현대인은 아프다. 의학이 발달했다지만 고통은 커진다. 몸이 문제가 아니다. 마음과 정신의 숨이 턱까지 찬 듯 허덕인다. 그런데 이 병이 눈에 보이지 않는 탓일까. 좀처럼 고치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 결국 큰 병이 된다.

3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사진)를 연출한 이재규 감독은 “뼈 부러지면 정형외과에 가고 감기만 걸려도 바로 약을 먹는데 마음의 병이 걸리면 병원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우려한다. 영화 ‘완벽한 타인’(2018) 에서 휴대전화를 매개로 한 얽히고설킨 인간 군상을 이야기했던 이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생채기를 따뜻하게 보듬는다.

내과 출신 3년 차 간호사 다은(박보영 분)은 정신건강의학과로 발령받는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실수투성이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돌발 행동도 두렵다. 유약한 그를 동료 간호사들도 우려한다. 하지만 강압과 지시가 아닌 경청과 공감으로 환자에게 다가가는 다은에게 환자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다은도 편견을 덜어낸다. 결국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다. 독감을 앓고 뼈가 부러지듯, 그들은 마음과 정신이 조금 더 아플 뿐이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다소 뻔하게 시작한다. 불면증부터 조울증까지 ‘현대인의 병’이라 불리는 정신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들을 모아 놓은 정신병동에서는 끈 없는 운동화를 신어야 하고, 뾰족한 촉을 가진 펜도 쓸 수 없다. 대중이 익히 알고 있는 정신병동의 풍경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여기서 한 뼘 더 깊이 들어간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관계’를 이야기한다. 독감에 걸린 이와 대화를 나누거나 식사를 하면 옮을 수 있다. 누군가의 폭행에 의해 치아가 부러지기도 한다. 같은 맥락으로, 정신병 역시 내 몸 안에서 홀로 독버섯처럼 자라진 않는다. 관계 속에 싹튼다.

다은이 처음 만난 환자 리나(정운선 분)는 조울증에 시달린다. 1인실을 쓰는 그는 소위 ‘금수저’다. 부모는 법관이고, 유복한 환경에서 남부럽지 않게 자랐다. 누군가는 ‘배부른 병’이라 할 법하다. 하지만 리나는 ‘사랑’으로 덧칠한 엄마의 ‘집착’을 견디기가 어렵다.

또 다른 환자 성식(조달환 분)은 사회불안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상사의 부당한 업무 지시, 그리고 가스라이팅 탓에 극도로 불안해한다. 과거 자신이 일하던 병동의 수간호사가 자신의 험담을 늘어놓던 모습에 충격받았던 경험이 있는 다은은 그들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 모두 힘든 인간관계 속 피해자인 셈이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너무 명백한 격언이기에 뻔할 수밖에 없는 대사로 마음을 흔든다. 다은은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고 강조하고, 듬직한 수간호사 효신(이정은 분)은 “누구나 아플 수 있다. 곧 아침도 온다”고 위로한다. 이런 톤에 맞춰 이 감독은 정신병동을 파스텔톤으로 채색해 포근한 공간으로 매만졌다. 15세 관람가. 12부작.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