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한국전쟁 중 전사했으나 알려지지 않다가 70여 년 만에 신원이 확인된 벨기에 베베런 출신 참전용사 고 카럴 판더메를런(왼쪽 사진) 씨와 알버르트 판덴보스허(오른쪽) 씨.

이미지 크게보기 29일 베베런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용사 추모행사에서 정정민(오른쪽) 포스코유럽 브뤼셀사무소장이 참전용사 유족에게 자사 컬러 강판 ‘포스아트’로 제작한 감사패를 전달하는 모습. 연합뉴스

■ 포스코, 유족에 ‘강판 감사패’

판더메를런·판덴보스허氏
한국戰 중 전사…명단서 누락
시민단체 주도로 ‘명예 회복’
현지 전쟁기념비에 이름 새겨

한국전쟁 중 사망했으나 정부 전사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벨기에 참전용사 2명이 70여 년 만에 ‘이름’을 되찾았다.

포스코 유럽법인은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북부 소도시 베베런에서 열린 전쟁기념비 제막식에서 자사의 컬러 강판 ‘포스아트’로 만든 감사패를 벨기에 참전용사 22명의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포스코 해외 물류법인 ESDC는 한식 케이터링 등을 지원했다. 올해 한국전쟁 정전 70주년 등을 계기로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참전용사 유가족, 벨기에 국방부, 왕실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벨기에 시민단체 ‘악시스’(AXIS)에 따르면 베베런에서는 한국전쟁 기간 총 22명이 파병을 자원했고, 이 가운데 3명이 전사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3명 중 1명만 당국이 관리하는 베베런 지역 출신 전사자 명단에 기록돼 있었다. 안 콜스 악시스 대표는 “2020년 벨기에 국방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관내 한국전쟁 전사자 취합을 요청해 베베런에서도 조사가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베베런 출신 전사자가 최소 2명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추가 전사자로 확인된 2명은 고 카럴 판더메를런 씨와 알버르트 판덴보스허 씨다. 이들은 전쟁 이후 가족들의 노력으로 참전 사실을 벨기에 법무부로부터 인정받았지만 정작 정부 관리 전사자 명단에서는 빠져 있었다. 행정상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악시스는 2020년부터 베베런 도심에 있는 전쟁기념비에 ‘한국전쟁 전사자 3인’의 이름을 모두 각인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기존에는 세계 1·2차 대전 전사자와 한국전쟁에서 신원이 확인된 1명의 전사자 이름만 새겨져 있었다. 악시스는 참전용사 후손 인터뷰 등을 토대로 엮은 한국전쟁 참전 기록집도 펴냈다. 전사자 판덴보스허 씨의 조카 마르크(56) 씨는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더 많은 사람이 (큰아버지를) 기억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며 “조국은 물론 제3국을 위해 희생한 참전용사들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다양한 보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에는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16개국, 3700여 명의 해외 참전용사들에게 ‘No One is Forgotten, You will Always Be Remembered(단 한 분도 잊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를 새긴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