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불안한 주식시장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전날 종가 기준으로 약 10개월 만에 2300선이 붕괴된 코스피가 27일 오전 0.54% 오른 2311.59로 개장한 뒤 불안한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전일보다 6.3원 내린 1353.7원에 개장한 가운데,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하게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 미국 3분기 4.9% ‘깜짝성장’

코로나때 푼 돈 여전… 소비 4% 늘어
IRA 등 영향 민간투자는 8.5% 증가
전문가들 예상 뛰어넘는 성장 기록

인플레 계속… 미국 긴축 길어질 듯
주변국은 고금리 부담 갈수록 커져

강력한 긴축에도 미국 경제가 성장세를 ‘나홀로’ 구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침체를 건너뛰는 연착륙, 또는 호황을 이어가는 ‘노랜딩(무착륙)’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각종 지표를 통해 미국의 투자·소비·고용이 모두 강력한 것으로 판명된 만큼, 물가 2% 유지가 최대 목표인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를 식히기 위한 긴축의 고삐를 더 오래 쥘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출 부진과 막대한 민간 부채로 고전 중인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는 미국발(發)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충격파가 갈수록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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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나홀로 호황” =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탄탄하고 강력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단언한 것은 연착륙 가능성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상무부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이 연율 4.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2분기(2.1%) 대비 성장률이 크게 뛰어오른 것은 물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3분기 전망치(4.7%)도 넘어섰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직후의 기저효과로 7.0% 성장률을 기록했던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세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직전 분기 대비 성장률을 연간 성장률로 환산해서 GDP 통계를 발표한다.

이 같은 상황은 올해 4분기에 전기 대비 0.7% 이상 성장해야 간신히 연간 전망치(1.4%) 달성이 가능한 한국 경제 상황과 대비된다. 한국은행은 전날 3분기 경제성장률이 0.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0.3%를 기록했다가 3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보인 것이긴 하지만 0%대 분기 성장률을 벗어나지 못한 채 수출과 내수, 설비투자 등의 동반 부진 영향으로 저성장 추세가 고착화하고 있다.

◇美, 깜짝 성장 배경 =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도 지난 7∼8월만 해도 미국 경제가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완만한 침체기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연착륙 쪽으로 전망을 속속 바꾸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전문가 다수는 고금리·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등으로 미국 경제 성장세가 약화하겠지만 견조한 수요는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력한 민간투자와 소비가 쌍끌이로 긴축 효과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3분기 개인소비와 민간투자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각각 4.0%와 8.5%나 증가했다. 자국 내 첨단 제조설비를 유치하기 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 수출 통제가 본격화되면서 미국 내 제조업 구조물 투자는 올 하반기 들어 100% 가까이 급증하는 추세다. 2021년 하반기 이후 최근까지 1조 달러(약 1354조 원)에 달하는 초과 저축이 소비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지난 7월 현재 초과저축 잔액은 2700억 달러로 감소해 소비 회복세는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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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장기화, 주변국 부담 가중 =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 미국 제조업이 위축됐을 때는 이런 성장세를 주변국이 이용할 여지가 컸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며 “미국의 호황으로 인해 유지되는 고금리 기조가 다른 국가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 상황은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인해 비용이 비싸져 발생하는 성격이어서 이를 바로 잡기 위해 금리정책을 쓸 경우 기준금리 자체를 매우 높게 잡아야 하므로 경제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고금리정책을 쓰면서 재정을 풀고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재정정책까지 긴축으로 가고 있어 경기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관범·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