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석달간 트라우마센터 상담자
91%가 유족·생존자·생존자 가족

“우리 세은이 책상, 침대, 옷이 아직 방에 그대로 있어요. 이젠 영정 사진이 하나 늘었고…. 얘기를 꺼내기가 정말 쉽지 않네요.”(고 진세은 씨 아버지 진정호 씨)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159명이 사망한 지 1년이 흘렀지만 지난 20일 문화일보가 만난 진 씨는 딸을 잃은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진 씨처럼 그날의 고통으로 인해 유족과 생존자의 상당수가 불안과 우울, 수면 장애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보건복지부가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직후인 지난해 11월부터 올 10월 초까지 참사 관련 국가 트라우마센터의 심리 상담 건수는 7141건이었다. 대상은 유족과 생존자가 2921건으로 가장 많았고, 일반 국민 2049건, 참사 목격자 1818건, 소방·경찰 등 대응 인력 196건, 생존자 가족 157건 순이었다. 복지부 측은 “서울 등 5개 권역별 트라우마센터에서 대면, 비대면 상담으로 심리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사 1년이 지난 현재 일반 시민의 심리 상담은 크게 줄어든 반면, 유족과 생존자의 상담 비중은 큰 폭으로 늘었다. 상담 건수는 지난해 11월과 12월 5329건으로 참사 직후 급증했다가 지난 8월부터 이달 초까지는 161건으로 감소했다. 최근 3개월간 지속 상담을 받는 대상자 중 91.9%(148건)는 유족과 생존자, 생존자 가족이었다. 직접 참사를 경험한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는 극복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가 트라우마센터가 심리평가(CGI-S)를 진행한 결과, 28명이 고위험군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40%는 유가족이었다. 고위험군은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극단 선택 의사를 내비치는 경우에 해당한다. 고위험군 중 유가족은 11명, 생존자는 5명이었다. 나머지 12명은 목격자 등이다. 센터 측은 “재난 경험자는 주로 불안, 우울, 수면 장애 등의 증상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