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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원 업무세칙 변경 배경

통계 조작땐 검증통과 어렵고
직원들 배임 등 위법성도 우려
매달 개최하던 부동산점검회의
‘개최할 수 있다’ 로 무력화까지

“세칙변경 과정 철저한 조사를”

지난 2017년 11월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업무세칙에서 통계 검증 관련 조항이 삭제된 배경에 통계조작을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한 의도가 배어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작된 통계는 검증을 통과하기 어려울 수 있고 이는 직원들의 업무상 배임 또는 위법 사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통계 조작 감사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삭제됐던 조항이 되살아난 점은 검증 조항 삭제가 다분히 고의적이고 조직적인 수준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지적이다.

19일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업무세칙’을 보면 ‘조사총괄부장은 가격균형 유지·가격수준의 적정성·표본 기초정보의 정확성 제고·실거래가 반영을 위한 검증을 실시한 후 심사자에게 심사를 요청해야 한다’는 조항이 2017년 11월에 모두 삭제됐다.

개정안에서는 의무적으로 매월 개최해야 했던 ‘부동산시장점검회의’도 ‘개최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부동산시장점검회의는 조사 업무의 효율적인 운영·관리 및 지수의 적정성 제고가 목적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정하(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업무세칙 개정 이후 이 회의가 매월 개최된 내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통계의 적정성을 높이기 위한 업무 규정을 개정안을 통해 무력화하려 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삭제됐던 검증 부분은 2022년 12월 26일에는 다시 되살아났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 5월 임기가 끝났고, 감사원은 그해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시작 3개월 만에 또다시 개정된 한국부동산원의 업무세칙 제14조에는 1항 ‘주택가격동향조사업무는 단계별 심사를 거치며 심사자는 표본의 조사가격, 시황보고서 등 조사 결과를 심사한다’, 2항 ‘주무부서는 제1항에 따른 조사 결과 및 통계의 적정성 등을 검증한다’는 내용이 삽입됐다.

앞서 지난 9월 감사원은 중간발표를 통해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최소 94회 이상 부동산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수치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전 정부가 국민의 눈을 가리고 조작된 성과를 보여주는 데 급급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들을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 것”이라며 “업무세칙 개정의 의사 결정 과정 또한 철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검증 조항이 빠진 것은 같은 내용이 7조에 있어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며 “지난해에는 주무 부서 역할 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검증 조항을 신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