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울산 울주군 현수막 단속반원들이 16일 범서읍 굴화리 농협 하나로마트 앞 도로변에 설치된 정당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지정 게시대 이외 현수막 떼내
인천·광주 이어 세번째로 집행

행안부 가이드라인 구속력없고
국회는 관련법개정안 수수방관

글·사진=울산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

인천에서 시작된 지방자치단체 주도 정당 현수막 강제 철거가 광주, 울산 등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혐오와 비방의 문구가 담긴 채 거리에 무분별하게 설치돼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정당 현수막이 전국 곳곳에서 강제 퇴출을 당하는 모양새다.

울산시는 16일 오전 10시부터 거리 곳곳에 걸려 있던 정당 현수막 철거에 들어갔다. 인천, 광주에 이어 광역 지자체 가운데 세 번째다. 시는 이날 구·군 합동단속반과 함께 울산 남구 신정동 공업탑로터리 등에서 지정 게시대 이외에 설치된 정당 현수막 철거에 나섰다. 시의회는 앞서 지난달 15일 정당 현수막은 전용 게시대에 정당별 1개만 설치하도록 하는 옥외광고물 및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다.

정당 현수막 철거를 지켜본 시민 구모(56) 씨는 “상대를 비방하거나 혐오스러운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도심 곳곳에 아무렇게나 붙어 있는 걸 볼 때마다 속이 끓었다”며 “이번 일만큼은 세금이 아깝지 않을 만큼 잘한 일이라고 공무원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당 현수막 문제는 개정 옥외광고물법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되면서 전국적으로 불거졌다. 이 법은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허가·신고·금지를 제한받지 않고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정당 현수막은 전국 곳곳에서 장소를 불문하고 난립했고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행정안전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5월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을 비롯한 버스정류장 등에는 현수막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하는 등의 ‘정당 현수막 설치 가이드라인’을 시행했지만 실효성과 법적 구속력이 없는 탓에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따라 현수막을 관리하는 지자체가 옥외광고물법 저촉을 무릅쓰고 자체 조례를 만들어 정당 현수막 강제 철거에 나섰다. 인천이 지난 6일 옥외광고물 조례를 개정한 것을 시작으로 울산·광주·부산이 잇따라 유사한 조례를 만들었다. 대구도 해당 조례 개정 절차를 밟고 있다.

지자체들은 조례 제정에만 그치지 않고 강제 철거에도 본격 나서고 있다. 인천이 지난 7월 처음으로 정당 현수막을 강제 철거한 데 이어 광주가 지난 12일부터 정당 현수막 정비에 들어갔다. 울산도 이날 이를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행안부는 지자체의 정당 현수막 철거 조례가 상위 법에 위배된다며 대법원에 해당 조례의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어 지자체의 현수막 규제가 언제까지 법적 효력을 유지할지가 미지수다.

정당 현수막 난립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워낙 강하자 이러한 흐름을 고려해 정당 현수막 규제를 주 내용으로 하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 12건이 제출됐으나 국회는 본격적인 논의를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