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뒤로가기
검색/메뉴
검색
메뉴
문화북리뷰

오직 여성들을 위한 레지던스… 그곳은 꿈과 욕망의 공간

최현미 기자
최현미 기자
  • 입력 2023-09-22 09:10
댓글 0 폰트
■ 호텔 바비즌
폴리나 브렌 지음│홍한별 옮김│니케북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1927년 뉴욕 맨해튼 이스트 63번가 140번지에 세워진 ‘호텔 바비즌’은 미국 전역에서 1800년대 후반 일기 시작한 호텔 레지던스 열풍의 그저 한 예가 아니다. 오후 6시 이후 여성 혼자 투숙하는 게 불가능했던 시절, 오직 여성들만을 위한 레지던스였고, 여러 여성 레지던스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세련된 ‘원톱’이었다.

소설가·배우·패션디자이너 등 지적으로 뛰어나든 외모가 아름답든, 당대 가장 멋진 여성들이 드나들고 묵었다. 타이태닉 생존자 몰리 브라운, 배우 그레이스 켈리, 알리 맥그로, 캔디스 버겐, 재클린 스미스, 시빌 셰퍼트, 작가 실비아 플라스, 존 디디온, 게일 그린, 디자이너 벳시 존슨, 저널리스트 페기 누넌 등이 바비즌 호텔 숙박계에 이름을 올린 여성들이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 도시로 여성들이 몰려오던 때, 이들 바비즌 투숙객들은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부유한 여성을 뜻하는 ‘신여성’이거나 ‘신여성’을 꿈꾸는 이들이었다. 1958년 여름, 이곳에 머물렀던 알리 맥그로는 뉴욕을 상징하는 파란색과 흰색에 그리스 문양이 들어간 종이컵에 모닝커피를 담아 들고 이렇게 말했었다. “바비즌에 있는 것만으로 무언가 이룬 듯한 느낌이 들었다.”

미국 배서 칼리지에서 국제학 젠더 언론학을 가르치는 폴리나 브렌은 사회·문화적 의미가 겹겹이 쌓여 있는 바비즌 호텔 역사 안으로 뛰어들어 1927년 호텔이 세워졌을 때부터 2007년 수백만 달러짜리 콘도미니엄으로 재개방하기까지 시대순으로 바비즌 이야기를 들려준다. 챕터마다 그때 그곳에 머문 가장 멋진 여성을 내세워 바비즌을 배경으로 그 개인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결국 그 여성의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여성적 상징성은 곧바로 바비즌 호텔의 명성이 된다. 그래서 책은 바비즌 호텔의 역사인 동시에 20세기 새로운 여성들, 그들의 욕망의 역사이며 당대 여성의 미세사인 동시에 바비즌의 풍속사가 된다.

하지만 소위 신여성을 다루면서도 여성주의나 페미니즘 시선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 이 책의 흥미로운 포지션이다. 오히려 정치적 메시지보다는 바비즌 호텔을 중심으로 자신의 미모를 뽐내고, 멋진 드레스를 입고 파티를 즐기고, 욕망하고, 소비하는 당대 여성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그 디테일을 흥미롭게 복원해낸다. 그런 점에서 여성주의 역사서라기보다는 ‘보그’ ‘하퍼스 바자’ 계열의 라이프지 같은 분위기다. 416쪽, 2만4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이 기사를 친구들과 공유해 보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안내 버튼

최근 12시간내
가장 많이 본 뉴스

문화일보 주요뉴스
진중권 “이동관 사퇴, 민주당 ‘닭 쫓던 개’ 신세 됐다”
진중권 “이동관 사퇴, 민주당 ‘닭 쫓던 개’ 신세 됐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통과시키려 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언론, 방송 정책의 구심점이 될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 처리로 민주당이 확보할 수 있는 정치적 실익이 사실상 사라졌음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진 교수는 지난 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 위원장 사퇴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진 교수는 “탄핵은 법률이나 헌법에 중대한 위반이 있을 때, 극단적인 경우에 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정치적 무기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이에 “민주당이 닭 쫓는 개 신세가 됐다”며 “그 자리(방통위원장)에서 다른 사람을 앉힌들 누구를 앉혀서도 대리로 할 수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진 교수는 국민의힘과 정부의 방통위원장 임명, 민주당이 추진한 최민희 전 의원의 방통위원 추천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을 “총선을 위해서 누가 유리한 언론 지형을 갖겠느냐의 싸움으로 서로 비토(거부권)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진 교수는 “작년, 재작년만 해도 가짜뉴스 얘기한 게 민주당 정권이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 법까지 만들었던 사람들이 지금 와서 언론 자유 투사 노릇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최지영 기
기사 댓글

본문 글자 크기를 조절하세요!

※ 아래 글자 크기 예시문을 확인하세요.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본인에 알맞은 글자 크기를 설정하세요.

닫기
좋은 기사는 친구들과 공유하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