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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보다 똑똑했던… ‘21세기를 만든’ 20세기 천재

박동미 기자
박동미 기자
  • 입력 2023-09-22 09:05
  • 수정 2023-09-2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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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1956년 암 투병 중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백악관을 방문한 존 폰 노이만(오른쪽).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으로부터 자유의 메달을 받고 있다. 당시 노이만은 “이 영예를 누릴 수 있을 만큼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으나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 미래에서 온 남자 폰 노이만
아난요 바타차리야 지음│박병철 옮김│웅진지식하우스

비전공자들에게는 낯설지만
컴퓨터 ·게임이론 ·양자역학
핵폭탄·AI 등에 엄청난 영향

‘맨해튼 프로젝트’ 핵심 역할
영화 ‘오펜하이머’엔 안나와

인류 첫 ‘코더’였던 부인은
노이만과 결혼 이후 열등감
늘 ‘수학천치’라 자학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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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현대 문명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도, 어느새 대중에겐 흐린 기억이 된 이름.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존 폰 노이만(1903~1957). 그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전기다. 노이만은 컴퓨터와 게임이론, 양자역학, 핵폭탄, 인공지능(AI) 등 현대사회를 규정짓는 거의 모든 영역에 흔적을 남긴 인물임에도 동시대를 살았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나 리처드 파인먼에 비해 비전공자들에겐 상대적으로 낯설다. 심지어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핵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도,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오펜하이머’에는 등장도 않는다. 오펜하이머도 그 천재성에 탄복했고,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수많은 과학자가 그를 ‘인간을 흉내 내는 신(神)’이라고, ‘세상에서 가장 빠른 두뇌’라고 상찬했는데도 말이다. 덧붙여,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기본 구조를 ‘폰 노이만 구조’라고 부른다. 1945년 노이만이 정리한 이론에 기반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책은 지금 우리 삶의 토대가 된 굵직한 사건과 아이디어의 한 중심에 늘 노이만이 있었다면서, 그의 학문적 성과와 업적을 재평가한다. 또한 20세기 과학사 그 자체인, 노이만의 인생 궤적을 좇으며 과학기술의 가장 좋은 ‘한 시절’을 수놓은 천재들의 지적 교류까지 생생하게 구현한다. 과학 전문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노이만을 “아인슈타인보다 더 똑똑”하고 “인간 이상의 인간”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과학자로 소개하며, 단숨에 우리를 20세기 숨 막히는 과학사의 장면 장면으로 데리고 간다.

‘부다페스트의 수학 천재’로 불린 어린 시절로 시작, 1930년대 미국으로 이주한 후 과학자로서 최전성기를 보내고, 그 탁월함만큼이나 불운했던 말년까지, 책은 시간 순서에 따라 노이만의 삶을 추적한다. 책에 따르면, 노이만은 1903년 부다페스트의 부유한 유대계 헝가리인으로 태어나, 8세에 미적분을 하는 등 일찌감치 천재성을 드러냈다. 저명한 수학 교수들이 방문 교사로서 그를 가르치는 등 영재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독일 유학을 떠난 청년기에는 수학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특히, 양자역학의 두 축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과 에르빈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에서 공통분모를 처음 발견, 양자역학의 수학적 기초를 다지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미국 시절’은 최전성기. 1933년부터 1957년 사망할 때까지 노이만은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 세계적 지성들과 교류를 나눴는데, 바로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수학자 쿠르트 괴델 같은 인물들이다. 점차 그는 수학에서 물리학, 경제학, 생물학, 컴퓨터 공학까지 분야를 확장하고, 도전하고, 또 개척한다. 책은 노이만이 이곳저곳 단순히 발을 걸친 것이 아니라 각 분야의 탄생과 혁명에 기여했다고 강조하는데, 이와 관련, 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20세기 후반에 이뤄진 중요한 진보 중 노이만을 ‘~의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을 수 있는 분야가 있을지 의심스럽다고까지 했을 정도다.

그러나 여러 학문을 건드리다 보니 깊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의 토대는 수학이었으나, 점차 동료들은 그를 수학자로 취급하지 않았고, 물리학자들도 노이만이 진정한 물리학자인 적이 없었다고 깎아내렸다. 또한 노이만은 사교적이고 농담을 즐겼는데, 특히 부자나 기득권 인사들과 종종 어울려, 아인슈타인이 그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여겼다고도 한다. 재능이 많아 관심 분야도 넓을 수밖에 없었을 터인데, 당시에는 비난을 산 그의 산발적인 연구 분야나 방식이 이제는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를 맞이했으니, 그를 두고 지금의 과학자들이 ‘시간 여행자’라는 농담 섞인 찬사를 보내는 것도 당연하다. 무엇보다, 수십 년 전 “스스로 생각하고 복제하는 기계”의 개념을 내놓고, 그 선조가 될 컴퓨터를 설계했으니, ‘21세기를 다녀간 20세기 과학자’라는 수식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말도 없어 보인다. 기성학자들로부터 “프로그래머”라고, “고매한 학문의 전당에 빌붙어 사는 하층민”이라는 소리까지 듣게 된 노이만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골육종(뼈암)에 걸렸는데, 방사선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제기된다. 암세포는 뇌까지 전이됐고, 딸 앞에서 7+4 같은 단순한 산수 문제조차 풀지 못하는 지경이 됐으며, 결국 과학자로서 전성기이자, 인생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50대 초반에 생을 마무리했다.

책은 “중증의 사고 중독자”로 불릴 만큼 생각하는 걸 좋아하고, 지나칠 정도로 합리적인 성격이었던 노이만이 종종 ‘생각 없는’ 그리고 ‘비합리적인’ 일상을 영위하는 모습도 상세히 묘사해 흥미롭다. 노이만은 운동도 싫어했고 악기 연주도 형편없었다. 또 운전을 좋아하는데도 실력은 없어서 자주 사고를 냈고 1년에 한 번씩 차를 바꿔야 했다. 심지어 그가 자주 사고를 낸 곡선 도로에는 ‘노이만 코너’라는 별명까지 붙었을 정도다.

아인슈타인과 파인먼뿐만 아니라 괴델, 슈뢰딩거, 오펜하이머, 앨런 튜링, 모르겐슈테른 등 친숙한 과학자들의 이름을 만나며 20세기 과학사, 문명사 전반의 흐름을 그려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다. 각 분야에서 놀라운 업적을 쌓은 이들과 노이만의 개인적인 관계와 사연도 흥미진진하다. 특히, 책은 노이만의 두 번째 부인이자 사실상 인류 역사 최초의 코더(프로그래머)라고 할 수 있는 클라라 댄의 삶에도 주목한다. 클라라는 핵폭탄 속 중성자의 궤적을 계산하는 몬테카를로 프로그램을 개발한 인물인데, 너무 똑똑한 노이만과 결혼해 늘 자신을 ‘수학 천치’라고 자학했다고 한다.

책 중간중간 난해한 수학 공식, 양자역학 증명 과정이 있어 비전공자는 의기소침해질지도 모른다. 그럴 필요 없다. 클라라처럼 ‘미래에서 온 사람’을 상대로 겨룰 재간은 우리에게도 없으니. 576쪽, 2만9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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